1. 머리말

아이디어 탈취 금지를 위한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 올 7월 18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특허제도와 달리 심사와 등록을 하지 않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그 보호대상과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궁금할 것으로 생각된다.

입법과정에서 논의된 주요쟁점 등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앞으로 실무에서 이 법안의 적용과 해석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2. 추진배경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문제가 언론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주로 중소·벤처기업 등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 등을 통하여 취득하고 아무런 보상 없이 독자적으로 사업화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개발자는 오히려 폐업에 이르게 하는 등 기업의 영업활동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이 특허 소송을 제기해보지만 대부분 패소하고 만다. 왜냐하면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거나 아이디어를 충분히 포괄하여 특허 출원을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제안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이디어를 취득한 자는 약간 개량하거나 우회하여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여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재권 전문가라면 특허를 제대로 출원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거나 비밀유지서약을 받지 않은 자기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을 상대하는 영세·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비밀유지서약을 요구하기도 어렵고 많은 비용을 들여 꼼꼼한 특허 청구범위와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지재권법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는 부분을 메꾸기 위한 방편으로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다만, 이 법안이 특허출원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법안은 아니라는 점은 미리 명확하게 하고 싶다. 이 법안은 거래 상대방에게 아이디어를 탈취 당한 경우 사후적인 구제수단은 되지만 사전에 불특정 다수로부터 아이디어를 보호해주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사업기반으로서 내 아이디어를 보호받으려면 특허 등 기존 지재권법에 의한 출원등록은 여전히 필요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 법안 주요골자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및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신설하였다(동법 제2조 제1호 차목).

다만, 제공받은 아이디어가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것이거나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면책되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2조 제1호 차목 단서). 또한 동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특허청의 행정조사와 시정권고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관련 조사기록은 법원이 요청할 경우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7조, 제8조, 제14조의 7).

 

 

4. 주요쟁점

가. 침해행위는 당사자 간에 신의성실의 의무가 존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 조항의 법논리적 근거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두고 있다. 우리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은 개별 구체적인 법률 위반뿐만 아니라 법의 일반원칙 위반도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상의 신뢰관계가 존재하여 상대방이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그 제공목적에 따라 사용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상대방이 그 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가하였다면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민법 제750조에 근거하여 아이디어 탈취를 구제받기에는 그 요건이 불명확하고 입증도 어려워서 실무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탈취 행위의 구성요건을 구체화하여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기본적으로 신의성실의 의무가 존재하는 당사자 간에 적용이 된다. 따라서 ‘사업제안, 입찰, 공모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라는 조건은 그 당사자 간에 신의성실의 의무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관계일 것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며 단지 열거된 관계에서만 적용된다는 취지는 아니다.

 

나. 보호받는 아이디어는 절대적 신규성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특허성을 구비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기술적인 아이디어인 경우 특허법에서와 같은 절대적 신규성이라든지 기술적 구체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조항은 특허제도에 의한 보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고 대세적 권리인 재산권을 설정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특허법에서는 무형의 지식에 대해 대세적 권리를 설정해 주는 것이므로 엄격한 형식요건에 의해 권리범위를 명확히 하고 심사와 등록을 통해 선의의 제3자의 피해를 막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 탈취 금지는 악의적인 특정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만 문제이고 대세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아이디어 자체의 재산권으로서 범위설정이나 선의의 제3자와의 권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법에서와 같은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동 조항은 상대방의 노력에 무임승차한 것이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 제공 당시에는 특허로서 구체성이 미비했거나 사후적으로 검색해보니 유사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여전히 아이디어 수령자가 수령당시 몰랐거나 매우 알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상대방의 노력에 무임승차한 부분이 있다면 이 조항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이미 알고 있었거나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진’ 정보임을 입증할 경우 면책된다

아이디어 보호에 따른 불확실성을 덜어주기 위하여 면책조항을 부여하고 있다. 첫째,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면 면책이 된다. 둘째, 본인은 몰랐지만 동종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보인 경우에도 면책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진’ 경우에만 면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종 업계에 소수의 사람이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에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져서 아이디어로서의 참신성이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면책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절대적 신규성이나 특허성이 없다하더라도 해당 아이디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동일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투여했을 시간과 비용만큼의 실질적인 무임승차가 존재한다면 보호가치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인다. 주목할 것은 면책사유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라. 마케팅 전략, 광고방법 등 영업상의 아이디어도 보호된다

이 법에서 보호하는 아이디어는 기술적 아이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업상의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고 이는 마케팅 전략, 광고방법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다.

 

마. 아이디어를 제3자가 사용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아이디어, 기술탈취 사건의 많은 경우는 정보 제공받은 자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여 그 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납품업체 A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았지만 이를 다른 납품업체 B나 자회사에게 제공하여 제품을 생산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3자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역시 금지대상이 된다.

 

바.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특허청의 행정조사와 시정권고 대상이 되고 관련 조사기록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7조 제1항은 동법 제2조 1호 각목에 규정된 부정경쟁행위에 대하여 행정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동법 제8조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를 중지하거나 표지의 제거 또는 폐기 등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정권고 대상의 대표적인 것은 트레이드드레스 침해, 유명상표 침해, 상품형태 모방 등이 있고 이번에 추가된 아이디어 탈취행위도 역시 시정권고 대상에 포함된다.

그동안 특허청은 유명상표의 위조상품 단속에 한에서 시정권고를 발동하여왔으나 올해부터는 모든 부정경쟁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조사와 시정권고 권한을 발동하고 있다. 오는 7월 18일부터 아이디어 탈취 금지 개정안이 발효되면 이 분야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여 처리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조사기록은 향후 법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제14조의 7) 당사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5. 맺음말

이번 개정안의 요지는 엄격한 특허성 요건을 일부 미비한 경우에도 신의칙이 적용되는 거래관계에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특허청의 전문성을 활용해 적극적인 행정조사와 시정권고를 발동하여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적인 구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국내 지식재산 생태계에 만연된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혁신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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