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여론’을 먹고 자라는데 큰 걱정입니다. 수사를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낸다 한들 과연 국민들께서 특검을 반겨주실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공식 출범한 지난달 27일. 특검팀 사무실로 첫 출근한 한 파견수사관은 향후 특검수사의 가장 큰 난관으로 ‘여론’을 꼽았다. 그는 특검이 수사 성과를 달성한다 해도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요청으로 특검이 시작된 데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핵심층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 지 2주일이 지난 지금, 이 수사관의 걱정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특검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고, 이제는 비난·비판이 아닌 ‘무관심’을 더욱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박영수 특검 때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박영수 특검 기간 내내 사무실 근처에 가득했던 응원의 꽃다발이 지금은 종적을 감췄다. 특검이 입주한 건물 주변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조차 한장 없다. 청백전 하듯 특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시민단체가 서로를 마주보며 집회·시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언론의 취재열기도 그때만 못하다. 박영수 특검 당시 2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수사상황을 치열하게 취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검 사무실 4층에 마련된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가 30여명에 불과하다.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일까.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파견 검사와 수사관들의 발걸음은 수사 개시 이후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일부 수사팀원은 “과중한 업무보다 더욱 힘든 것은 무관심”이라며 직접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특검팀에 합류한 수사팀원들은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그 짐을 짊어지겠다고 자처한 사람들이다. 이번 허익범 특검팀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사를 통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 제기되는 ‘윗선 개입’ 의혹을 말끔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하루하루 열과 성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검에 대한 관심이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다. 허익범 특검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꽃다발 세례도, 열성적인 지지도 아니다. 그저 특검 수사상황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국민의 시선과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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