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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장의 편지]호프에서의 수제맥주 한 잔
김외숙 법제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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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승인 2018.07.09  18: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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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가 열풍이다. 깻잎을 원료로 한 맥주, 안동 지역의 밀을 원료로 한 맥주 등 다양한 제조법에 따른 여러 맛의 맥주가 나와 애주가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다양한 고객 취향을 맞추기 위한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미팅에서도 수제맥주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제맥주는 주세법에 따른 소규모주류제조자가 제조하는 맥주를 말한다. 처음 소규모맥주 제조 면허가 도입된 것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였다. 그로부터 최근까지 수제맥주는 소규모주류제조자가 설치한 영업장 이외의 유통에 제한을 받았다. 즉, 맥주를 제조해서 그에 부속된 영업장에서만 파는 하우스 맥주 형태로만 운영할 수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응원하는 유행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수제맥주를 제조하려면 영업장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외부로도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수제맥주의 변천을 가져온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사례를 소개한다.


종전 제도에 따르면 수제맥주를 제조하려면 일정 제조설비 외에 영업장을 둬야만 했고, 그 영업장이 아닌 곳에서는 소비자에게 직접 술을 팔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주세법 시행령’이 1차 개정되면서 영업장이 아닌 백화점 등으로도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뒤이어 나온 2차 개정안에서는 먼저 제조자의 영업장 설치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전 개정을 통해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자가 영업장을 개설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개정안에는 출고량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 있었다. 종전 개정으로 외부 출고가 가능하게 되면서 출고량 상한을 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2차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법리적인 부분은 물론 개정 내용이 현실에 부합하는지도 면밀히 검토했다. 이를 위해 사무실을 떠나 공주시에 있는 한 소규모 주류 제조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가보니 제조장 옆의 술집에는 많은 빈 의자들이 손님이 앉아주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하지도 않은 영업장을 법을 지키기 위해 운영해야만 하는 상황이 한 눈에 보였다. 제조자의 영업장 설치의무를 폐지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 적극 공감되었다.


다만, 개정안에 들어있던 출고량 상한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현장에서 만난 생산자는 신설되는 출고량 상한선인 연간 3천 킬로리터는 소규모주류제조자로서는 24시간 생산해도 넘을 수 없는 수치라고 했다. 이미 생산설비 기준을 소규모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출고량 기준은 불필요한 중복적인 규제라는 것이다. 더욱이 출고량 기준이 도입되면 출고량을 측정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출고량 규제를 도입하면 이를 위반할 경우 면허취소 등 제재수단도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지 않았다. 법제처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소관 부처와 논의해 출고량 제한을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국가기관의 임무 중 하나는 정의를 지키는 것이다. 법이 현실과 멀어진다면 정의의 기준이 흔들리게 된다. 이미 존재하는 법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맞는 지킬 수 있는 좋은 법을 만드는 것을 더욱 큰 가치로 삼아야 한다. 세종시 천변에는 노천 호프에서 수제맥주를 즐기는 직장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세법 시행령’ 개정과정에 숨은 법제처의 노력이 그들이 수제맥주를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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