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에서 감명 깊게 본 짧은 영상이 있다. 내용은 이러했다. 수십번의 낙방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한없이 저 아래로 추락한 한 취업준비생이 조그마한 위로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과거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찌끄러진 깡통처럼 쭈구려져 있는 제자를 본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만원 한 장을 꺼내더니 갑자기 그것을 사정없이 구겨뜨렸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며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봐라. 아무리 구겨뜨려도 이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만원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다른 친구들은 다들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로스쿨 입시 준비를 했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제 이 길에 들어섰으니 앞으로 저렇게 힘든 취업준비생이 되는 시간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인생은 그렇듯, 난 틀렸었다. 그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나도 피하지 못하고 취업전선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이번에 이직준비를 하면서 꽤 많은 곳에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열에 아홉은 ‘구직자를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잔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지만 돈을 주는 쪽은 그쪽이니 그럴만도 했다. 다행히 간신히(?) 다음 직장을 구했지만 변호사는 이직이 잦은 직종이니 추후에 이런 경험을 또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참 아찔했다. 


물론 어디에서나 러브콜을 받는 변호사들은 이런 나의 경험은 낯설겠지만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면 취업 시험이라는 경기에 있어서 ‘이제 변호사도 예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순진하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어디에서나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아닌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고, 힘들게 자격증을 땄는데 앞으로는 더 힘들게 취업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믿는 수밖에. 저 선생님의 말처럼. “아무리 구겨져도 나의 가치는 그대로!” 지금도 취업 준비로 힘들어 하고 있을 모든 사람에게 힘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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