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로스쿨통신
[로스쿨 통신]알파로(AlphaLaw)의 시대
전진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  leo0315@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95호] 승인 2018.07.02  09:46: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직조 기계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숙련 수공업자들은 기계를 부수는 노동운동을 일으켰다. 후일 러다이트라고 이름 붙여진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숙련된 노동자를 생산성 높은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올해 2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AI 변호사 유렉스를 채용했다. 앞선 2016년 5월경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엔 AI 변호사 로스가 채용됐다. 말이 채용일 뿐 현시점에서 AI 변호사는 효율 좋은 법령판례 검색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고, 그들이 로스쿨 졸업장이나 사법고시 합격증을 갖고 있지는 않을 테니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정식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AI 변호사가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생산성 면에서 인간 변호사와의 비교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더구나 AI 변호사는 더 발전할 것이다. 알파고(AlphaGo)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경우의 수 계산을 넘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지점에 도달한 인공지능은 법문과 판례를 바탕으로 논리를 구축하고 적용하는 법학에 잘 적응할 것이다. 법조삼륜에서 인공지능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변호사뿐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의 도입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법무가 법문에 정해진 대로 단순하게 처리하는 일이었다면 진작에 컴퓨터가 법조인을 대체했을 것이다. 입법 절차를 필요로 하는 제도와, 현실에의 적용 사이에 흠결과 공백은 법무를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이다. 학자들도 학설을 갈라 다투는 일을 발전한 인공지능이라고 쉬이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컴퓨터가 태생적으로 지닌 버그와 해킹이라는 약점도 있다. 누군가 AI 법관을 해킹해서 판결을 멋대로 내려버리는 것은 생각만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인간 법관은 버그가 없어도 돈과 전관으로 해킹이 가능하다는 국민 다수의 믿음을 고려하면 어느 쪽이 진짜 디스토피아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어쨌든 변화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 AI 변호사가 채용됐다는 기사가 뜨는 세상에서 우리는 아직도 한문으로 가득 찬 권위적인 법전을 보며, 수기로 빠르고 예쁘게 쓰는 것이 요구되는 시험을 치른다. 인간이 컴퓨터보다 잘할 필요도, 가능성도 없는 것들이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현행 변호사 시험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시험과 관계없이 앞으로 법조인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19세기의 방직공들처럼 변화를 외면한 채, 인공지능을 거부하고 종이 법전을 신성화하며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에 동참하거나.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특별기고]손해사정사가 보험사고의 합의에 개입할 수 있을까?
2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의 교육제도 개선 방향을 듣다
3
[기자의 시선]사법농단 영장전담판사는 ‘프로기각러’
4
금감원 “손해사정사 위법 근절할 것”
5
[사내변호사 길라잡이]회사의 영업비밀 관리
Copyright © 2018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