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을 맞은 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 안팎에서 쓴 소리가 많다. 그런데 여러 비판론 중에는 법전원을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실질은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법전원의 사명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비판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살펴보려면 우선 법전원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법전원이 인가된 25개 대학에서 법과대학이 사라진 지금, 법전원은 법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연구기관(academic institution)으로서 아카데미즘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 다른 한편 법전원은 법률가를 길러내는 직업교육기관(professional training institution)이므로 교육을 통해 프로페셔널리즘의 요청을 실현해야 한다. “둘 다 잘하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기엔, 이 두 전통이 추구하는 가치와 미덕은 상당히 다르고 때론 충돌한다.

아카데미즘 전통에서는 학문의 자유, 다양성, 자율성 같은 가치를 중시한다. 통설에 도전하는 지적 작업을 격려하고 개별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개성을 존중한다. 그러다보니 강의내용을 표준화하거나 평가방식을 통일하는 것은 부당한 간섭으로 보기 쉽다. 학문 전통을 이어갈 우수한 사람을 키우는 데에 주된 관심이 있으므로, 하위권 학생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비교적 관심이 적다.

반면, 프로페셔널리즘 전통에서는 일관성, 직업적 성실성, 규율 같은 가치를 중시한다. 해당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일정한 지식체계와 업무방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미래의 구성원들이 이를 충실히 습득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이 전통에서는 교육내용과 평가방식이 교수에 따라 중구난방이기보다는 표준화되기를 선호한다. 교육의 목표도 자격보유자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게 하는 데 있으므로, 하위권 학생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중시한다.

종래 대학교수들은 자기 스타일대로 비교적 자유롭게 강의와 연구를 해왔고, 학생들에게도 다양성을 장려했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수들은 기존 판례를 그대로 옮겨 붙인 기말보고서보다는 자기 나름의 근거로 기존 판례와 다른 주장을 펴는 기말보고서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아카데미즘 전통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사법연수원에서는 각 반의 교수들이 교육내용, 진도, 평가방식, 채점기준 등을 세밀하게 통일해 왔다. 판례와 기재례를 충실히 익히는 것이 일차 목표이고 섣부른 판례 비판은 권장되지 않는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단정한 복장, 예절, 근태를 강조했다. 일관성과 직업적 성실성을 중시하는 프로페셔널리즘 전통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전원은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을 자임함으로써 학문연구기관이자 직업교육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숙명처럼 안게 되었다. 이는 아카데미즘 전통 속에 살아온 대학이 프로페셔널리즘 전통의 긍정적 요소를 발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두 전통이 중시하는 가치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먼저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의 상황과 교육철학에 따라 두 전통의 구체적인 배합 비율과 실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적어도 교수의 태만과 무책임을 아카데미즘으로 호도하거나, 맹목적인 선례 추종을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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