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 실무가의 입장에서 볼 때 2005년은 매우 뜻 깊은 해로 기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유엔협약(‘유엔협약’)에 가입하고 동 협약은 그 이듬해인 2005년에 국내법으로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매매법이 상이하므로 국제매매계약의 체결 및 해석에 전문가적인 식견이 필요하던 차에 우리나라의 유엔협약 가입 및 발효로 우리나라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국제규범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016년 현재 우리의 주요 무역상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86개국이 협약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국이며, 세계적으로 국제물품무역량의 2/3 정도가 유엔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규정내용이나 체계가 선진적이라는 점에서 외국중재판정의 국제적 집행을 위한 1958년 뉴욕협약과 함께 유엔이 제정한 여러 협약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엔협약의 발효로 국내물품매매계약에는 민법이, 국제물품매매계약에는 유엔협약이 적용되어 국제물품매매계약의 해석 및 적용시 복잡하게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찾고 해당 준거법을 해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무역 관련 당사자에게는 어려움을 안겨준다. 그 이유는 유엔협약이 우리나라 민법과 다른 체계 및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주지하다시피 유엔협약은 대륙법과 영미법을 절충하여 탄생한 것이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 보면 대륙법의 판덱텐식 체계를 채택하지 않고 매매계약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규정함으로서 계약 당사자가 보다 편하고 쉽게 협약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하였다. 국내 거래에 적용되는 민법과 국제 거래에 적용되는 유엔협약이 다른 체계와 내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입법연혁과 현실적인 규범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이점의 존재이유를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로 상이한 민법과 유엔협약을 가급적 일치시키거나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어느 쪽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가? 유엔협약은 유엔이 영미법과 대륙법을 모두 고려하고 새로운 민법경향을 반영하여 국제계약법의 통일을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서 1999년 중국의 계약법 제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등 여러 나라의 계약법의 제정 및 개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볼 수 있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무역에 종사하는 많은 나라들의 계약법이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민법은 1960년대에 제정된 이래 그 내용이 많은 부분 바뀌었으나 그 체계나 내용의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 아니하였다. 지난 2004년 민법 개정 시에 민법의 현대적 국제적 추세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그 결과는 국제적 현대적 추세를 외면하고 일부분의 개정에 그쳐 큰 아쉬움을 남긴 바가 있다.

미국이 통일상법전, 유럽각국이 유럽계약법원칙를 가지고 계약법의 통일을 꾀하고 있는 바, 이들 법규정들의 체계나 내용이 유엔협약과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민법의 개정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아시아 국가들도 아시아 지역의 계약법을 통일하려는 시도에서 아시아계약법원칙의 제정을 꾀하고 있는 데 그 근본체계나 내용은 민법보다는 유엔협약 쪽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우리 민법의 기본적인 개정 방향도 유엔협약의 체계나 내용과 같이 국제적인 추세나 흐름에 부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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