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적폐 청산이 화두가 된 바 있다. 그런데 그렇게 청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음에도 청산이 될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고 선거 때마다 적폐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여 청산의 대상으로 매도되고 있는 이유가 뭔지 알 길이 없다. 이에 차라리 애매모호한 개념인 적폐 청산을 유행어처럼 외치기보다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분들께서는 차분하게 자신을 허심탄회하게 돌아보며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자세부터 가다듬어 보시라고 권유하고 싶다. 공직을 새로이 시작하는 지금이야말로 스스로를 점검해 볼 가장 적기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석학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며 책임 윤리적으로 행동하다가 어느 지점에 와서 “이것이 나의 신념이오, 나는 이 신념과 달리 말할 수 없소”라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책임감과 신념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세상이 어리석지 내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있으며,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고 있으며 나는 이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뿌리 뽑을 것이다”라는 건방지고 무책임한 사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되어 새로이 임기를 시작하게 될 선출직 공직자들이 새삼 유념하여야 할 덕목도 바로 책임감과 신념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공직에는 명예와 그 직에 맞는 합당한 권위와 권한이 부여되어 왔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은 부여받은 권위와 권한, 그리고 명예를 그 개인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사적 보상이나 전리품이라고 착각하여 온 듯하다. 그러나 선출직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 임시직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직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여 전체 공익에 봉사하도록 우리 사회가 잠시 위임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공직자들이 사적 욕구나 소속된 조직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보장받는 데 지위를 적극 활용하려고 하여 왔다면 이런 부분을 적폐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공직자의 책임감과 신념은 표출될 ‘어느 지점’에서 드러나야 할 순간이 오게 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국민은 과거 몇년간 역동하는 정치 현실을 통해 일부 공직자들의 소위 신념이라는 것이 국민이 아니라 소속된 조직 혹은 어떤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목격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분노가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언제라도 적폐가 반복될 시 민심의 준엄한 철퇴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직자라면 막스 베버가 지적한 ‘어느 지점’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시민의, 주민의 이익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처신해야 한다. 비록 이번에 운 좋게 당선되었다고 하여 혹시라도 완장을 찬 것처럼 위세를 부리고 세도를 부리려 해서는 안 된다.

원래 못난 것들이 완장질을 하고 세도를 부리는 법이다. 입으로만 뜻도 모르는 적폐 청산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 스스로가 또 다른 적폐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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