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에 위치해 있는 세계지식재산권 기구(WIPO)는 동 기구의 설립일(1970년 4월 26일)을 기념하여 4월 26일을 지식재산권의 날(World IP Day)로 정하고, 2000년도부터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금년 주제는 ‘변화를 이끄는 여성의 혁신성과 창조성(Powering Change: Women in Innovation and Creativity)’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MIKTA 회원국들은 각국의 대표적인 여성 발명가 또는 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행사를 개최하여 많은 사람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간 많은 여성들은 특유의 섬세함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갖가지 경험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하여 세상에 편리함을 주었다. 초콜릿 칩을 개발한 루스 웨이크필드, 자동차 와이퍼를 발명한 메리 앤더슨, 컴퓨터 컴파일러를 만든 그레이스 메리 호퍼, 최근 영화 ‘밤쉘(Bombshell)’로 소개된 바 있는 유명 영화배우이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기술적 기초를 제공한 헤디 라마르까지 세상의 혁신을 이끈 여성발명가의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여성의 창의적인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이 아직 구비되어 있지 못한 듯하다. WIPO는 “특허협력조약(PCT)에 의한 국제특허출원의 경우, 2076년이 되어서야 남성과 여성의 출원인 비율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의 창의성과 혁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매년 ‘생활발명코리아’라는 여성 발명품 경진대회를 개최하여 우수한 발명품을 선정하고, 사업화에 필요한 컨설팅 및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예비 여성발명가들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교육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08년도부터 매년 평균 약 3000명의 여성이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1993년부터 설립된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여성발명가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발명에 힘을 쓸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인 노력과 우리나라 여성발명가들이 그간 쏟은 정성과 열정 덕분으로 2017년도에 공개된 우리나라의 PCT 국제특허출원 건 중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이 발명가로 포함된 비율이 약 50%인 것으로 나타나 세계 제1위를 차지하였다. 먼 타지에서 한국여성들의 힘과 저력을 확인하게 되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메리 딕슨 키즈(Mary Dixon Kies)가 미국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밀짚과 실크를 엮는 기술’로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받은 지 어언 200년이 흘렀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세계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한국의 여성발명가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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