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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장조와 단조
안관주 변호사·인천회  |  agj-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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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호] 승인 2018.06.25  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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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보았자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몇곡 정도이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동차로 출근할 때 클래식만 전문으로 틀어주는 라디오 때문이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곡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황제’와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D단조 K.466이다. 여기서 황제는 나폴레옹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피아노협주곡과 비교할 때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명곡 중의 명곡이어서 후세 사람들이 황제라고 하였다고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D단조 K.466은 베토벤과 브람스가 자주 연주하였다고 한다. 이 곡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빵모자를 쓴 오스트리아 연주자 프리드리히 굴다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2악장 로망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가히 환상적이다.

내가 위 두곡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곡은 장조이고, 다른 한곡은 단조이기 때문이다. 나는 중학교 때 비오는 날이 싫었다.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이 학교건물 뒤쪽에 있어, 비가 오면 한쪽 겨드랑이에 음악책을 끼고 징검다리를 건너 음악수업을 받으러 가야 했다. 우리는 비에 흠뻑 젖은 교복을 입고 음악수업을 받았다. 음악선생님은 장조는 밝고 경쾌하며, 단조는 어둡고 고요한 곡이라고 하였다. 아. 그렇구나! 아버지가 막걸리 한잔 드시고 기분좋을 때 부르시는 신라의 달밤은 장조이고, 이른 새벽에 부엌에서 어머니가 조용히 부르시는 목포의 눈물이 단조였구나.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의 단조 노래를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고 나서 클래식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방송의 진행자가 방금 들은 곡은 장조이고, 나중에 들려줄 곡은 단조라고 말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르신 단조와 장조가 아닌 진짜 클래식의 장조곡과 단조곡을 공부해보고 싶었다. 음악책을 사다가 눈으로 차이점을 읽혔음에도 막상 음악을 들으면 도통 알 수가 없다. 내 머리와 귀로 들리는 베토벤과 모차르트는 언제나 밝고 경쾌하며 때로는 어둡고 조용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난해함을 극복하고, 본업이 있음에도 다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아마추어 천재들이 있다. 하남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는 차경남이 그렇다. 차 변호사는 나와 연수원 동기인데, 장자, 노자철학은 물론 중국의 의학서적인 황제내경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몸에 침만 놓지 않을 뿐, 허준 이후 최고의 한의학 이론가인 듯하다. 주어진 사건을 가지고 법원에만 다니는 나와 달리 차 변호사는 장애우 인권, 소외된 지역주민들을 변론하고 있는 성공한 변호사이기도 하다. 차 변호사는 ‘인문학으로 만나는 마음공부’에서 사물의 중심 안에는 언제나 침착과 고요가 있으며, 억지 능동성 혹은 과잉행동으로는 사물의 중심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하였다.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지 음악을 억지로 구분하려는 것은 과잉행동일 뿐이다. 변호사들은 원고와 피고, 승소와 패소 등 이분법적 세계에 익숙해져 있다. 어디 변호사들 세계만 그러한가? 서로 치고 박으면서 우리 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조금 가난했지만 초록빛 어린시절이 그립다. 음악선생님이 세상을 구분하라고 장조와 단조를 가르치셨을까? 느낌대로 즐기고 노래를 부르면 그만인 것을,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밤, 나는 장조와 단조의 구분이 없는 퓨전음악을 들어보려고 한다. 그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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