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6·13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투표율 60% 이상을 달성한 것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23년 전보다 다양하고 복잡해진 삶의 양상을 생각해보면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으로 치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지방선거에 대한 적극적 참여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이 건재함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돌아보면 필자가 변호사의 길로 접어든 것도, 서울시에 몸담게 된 것도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정책 분야별로 업무 영역이 구분된 중앙행정부처와 달리, 지방자치단체는 관할하는 사무의 범위가 넓어 공법 전반의 법 논리를 학습하고 연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場)이 된다. 정책의 입안부터 집행의 전 과정에 걸쳐 법률적 지원을 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은 덤이다.

서울시 재직 변호사는 약 50명에 이른다. 그 중 절반 정도의 변호사들이 필자가 속한 ‘법률지원담당관’이라는 과 내에서 송무, 자문, 계약심사 등의 법무를 수행한다. 필자는 시정 전반에 관한 자문을 담당하는 법률지원팀에서 자문 업무를 수행하다, 현재는 서울시를 당사자로 하는 민사소송 및 행정소송을 총괄하는 송무팀에서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법률 자문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정책판단과 법률판단의 간극이 발생하는 경우다. 법치행정의 구현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공공기관 변호사는 적극적인 정책판단보다 법률판단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법률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법률가로서 일차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법해석의 범위 내에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적법한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 역시 공공기관 변호사의 역할이다. 나아가, 법률간 입법 취지가 상충하여 행정모순이 발생하거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적 수단이 부재하는 경우와 같이 법령개정 건의나 조례개정 등의 입법론을 고민해야 할 때도 있다. 이와 같이 적법한 행정을 유도함과 동시에 제도적인 틀을 바꾸어 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직역 변호사의 책무이자 업무적 매력이라 생각한다.

소송 수행은, 법리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을 도출해야 하는 자문과 달리 처분 등의 적법성을 사후적으로 논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방향성이 명료하다. 행정청은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원고측이 승소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행정청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던 영역까지 적법성 심사를 강화해 가고 있어, 행정청으로서는 합리적 재량권 행사를 입증하기 위한 기술적 근거를 제시하는 등 정치한 소송수행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해석에 따라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입장을 충실하게 법리에 녹여내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 역시 공공기관 변호사의 몫이다. 행정청의 치열한 고민에 대한 법원의 답변은 승패소를 떠나 다음 행정에 값지게 적용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수많은 변호사들의 소명을 하나의 언어로 치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 종사하는 법률가들이 ‘법치행정의 구현’이라는 최소한의 당위를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좀 더 나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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