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나 구 캄보디아와 같이 국제정치학적으로 통치능력이 부족해 막대한 국제지원을 필요로 하는 국가를 실패국가(failed states)라고 하는데, 실패국가를 국제법적 관점에서 바꿔 말하면 법의 지배(rule of law)의 결여로 인해 국가가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함으로써 과도기 정의가 요구되는 상태에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에서 실패국가로 분류되는데,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최빈국 중 하나인 북한의 정상이 지난 6월 12일 처음으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이 실패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이 오랜 은둔의 터널에 갇혀 있었던 것은 세계에서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전무후무한 독재체제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전쟁을 금지함으로써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고자 보편기구로서 UN이 창설(1945년 10월 24일)되었음에도 도리어 한국전쟁을 일으킨 전범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낙인도 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낙인은 UN헌장상의 첫 군사적 강제조치인 UN군의 참전으로 이어졌고, 자유진영의 국가들로부터 국가승인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한 표기와 관련하여서는,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가 이북지역을 불법점거하는 반란단체에 의해 남침되었다는 점에서 6·25사변, 6·25동란 등의 표현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내란에 그치지 않고 국제전으로 확대되었고 전쟁의 주체는 국가만이 아니라 국제법상 교전단체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국방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공식 사용되는 한국전쟁(또는 6·25전쟁)이 바람직한 명칭으로 보여진다. 국제적으로도 대체로 한국전쟁(Korean War)으로 불리우고 있다. 여기서 1948년 12월 12일 UN총회 결의 제195호에 근거한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론(the only legitimate government in korea)을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가 이북지역을 불법으로 점령하였기 때문에 대한민국만이 한반도에서 정통정부라고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한반도 이북지역에서 UN한국임시위원단의 입국이 거부된 채 UN이 개입한 민주선거에 의하지 않은 북한정권을 UN이 승인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한편, 엄청난 폐허를 낳은 한국전쟁의 결과이자 한반도의 분단을 규율하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또는 정전협정)의 공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여기서도 휴전협정에 관하여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협정 체결에 반대하고 오로지 북진통일만을 바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군 측은 휴전을 원했고, 우리 측은 전쟁을 원했다고 대비시키는 것은 무리다. 정확히는 통일 없는 휴전을 반대한 것이다. 공산군의 침략으로 인해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도 통일 없이 전쟁을 끝내면 언제든 공산군이 전쟁을 재발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휴전협정 체결 이전에 미국으로부터 휴전협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동맹관계의 수립을 약속받았고,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서울신문이 2013년 7월 10일 진학사와 함께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여전히 명확히 기억해야 할 한국전쟁이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고 있는 전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또 학문적으로 자연스럽게 북한을 논의하는 것은 결국 북한을 대한민국과 통일을 이루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통일의 당위와 통일을 지향하는 수많은 방법에 관한 전문가들의 어떠한 논리들보다 온 국민이 지켜본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젊은이들뿐 아니라 한반도의 온 국민으로 하여금 통일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지만, 통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이라는 암울한 역사를 먼저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한반도의 뼈아픈 역사인 일제강점으로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관한 이야기를 부모님과 친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역사의 기억이 통일을 간절히 원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강하고 행복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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