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이지만 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소프트웨어 컴퓨터 가게를 개업한 적이 있다. 동네 작은 사무실을 빌리고 사업자등록을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인근 신문보급소 소장들이 찾아 왔다. 자신들의 배포 신문 수를 과시하며 광고지를 신문에 끼워 돌릴 것을 제안했다(‘지라시’라는 말을 이때 배웠다). 신문보급 수가 많을수록 광고비는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때 알았다. 신문보급소는 신문구독료가 아니라, 보급 부수를 늘려 이를 지렛대로 창출하는 광고비가 주요 수입원이라는 것을. ‘신문사절’이라고 써 붙여도 기어코 신문을 밀어 넣는 이유와 무가지에 비싼 자전거나 현금을 주고서라도 신문보급에 혈안이었던 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 당시로서는 거금을 주고 이용해 봤다. 그들이 주장하는 보급신문 수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으나 전화가 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광고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일을 잘 해서 입소문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싶은 포부와 달리 돈만 주면 즉시 효과가 있는 ‘지라시’ 광고에 대한 의존을 벗기 어려웠다. 그 후로 나는 ‘을’이 되었고, 그들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요구하는 광고비를 꼬박꼬박 지급해야 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종이신문의 역할은 온라인, 특히 포털사이트로 이전되는 추세다. 차이가 있다면 지역단위 보급소의 개념이 없고 전국의 이용자가 단일사이트에서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지역과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이용자가 있다. 이러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각종 형태의 광고들도 가득하다. 지역과 시간을 초월한다는 포털의 특성은 광고를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경쟁의 범위 또한 확대되는 것이다. 포털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동종업종과 경쟁을 해야 한다. 특히 포털의 검색기능을 통한 키워드 광고에 있어 이러한 경쟁은 극에 달한다. 키워드 검색 후 이용자의 눈에 잘 띄는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포털에 지급하는 광고비를 스스로 올려야 하는데, 포털은 이러한 경쟁구조를 통해 광고수입을 높인다.

주변을 보면 법률시장에서도 이러한 광고구조가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개업을 하면 과거 신문보급소가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 광고대행 업체들의 연락이 온다. 광고방법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키워드 광고를 이용하는 변호사들은 얼굴도 모르는 다른 변호사들과 광고비 경쟁을 하게 된다. 인기 키워드의 클릭당 광고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편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수임료를 경쟁적으로 낮추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법률서비스가 높은 광고비와 낮은 수임료로 경쟁할 상품인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미 생활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의뢰인과의 접촉면을 넓힐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이 또한 변호사의 실력이고 경쟁력이라 해도 달리 반박할 논리는 없다. 인터넷 광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월등한 그 무엇이 없는 평균적 변호사라면 인터넷 광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러한 출혈경쟁 구조를 만들어 수익을 얻는 회사나 사람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예전 신문보급소 소장들의 묘한 미소가 떠올라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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