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가 올해로 5주년을 맞이했다.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의 행위능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 개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국가의 사회보장에 의존해 생활해야하는 데 그것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스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회보장 급여를 신청하는 것과 같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고 부모나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작성해서 교부하는 등의 법률행위 없이 본인의 의사결정을 대신해서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치매라든지, 발달 장애나 정신 장애가 있으면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회보장 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결국 스스로 물건을 구입할 수 없고 사회보장 급여를 신청할 수 없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대신 또는 지원해줄 누군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당사자들이 후견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성년후견제도의 역할이다.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고 3년간 후견인 선임 건수가 약 6000건에 달하고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후견개시 사건도 2014년 768건에서 지난해 1690건으로 3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그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상속 문제와 관련해 성년후견제도가 이슈가 되는 등 사회적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성년후견제도는 점차 당사자들에게 자기결정권 존중, 잔존능력 활용, 일상생활의 정상화, 자립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르익은 지금도 피후견인 당사자들의 요구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작 성년후견제도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신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히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고 그나마도 단순 후견사무처리 비용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가정법원이 후견감독을 하도록 돼있지만 일상적인 감독을 할 수 없는 사법기관이 피후견인들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정부부처의 정책적인 판단을 고려할 수 없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판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변호사들을 통한 조력이 필수적이지만 당사자들에게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관련 정부 예산지원도 전무하기 때문에 실상은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헌신적인 변호사들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서야 각종 공익단체들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성년후견 개시 신청 대리를 지원하는 등 변호사들의 공익적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그 기조에는 성년후견분야가 아직까지도 ‘돈 안되는 일’이라는 대다수의 법조인들의 인식이 기저해 있다.

결국 절대적 약자에 대한 성년후견의 법률적인 지원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법률구조사업의 전문성을 이유로 법무부와 가정법원의 몫으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나, 성년후견사건의 핵심은 기술적인 법리다툼보다는 당사자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관찰과 같은 사회복지적 차원의 문제가 큰 만큼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서 법률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성년후견 분야 전문변호사들을 창출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후견인을 적절하게 지원하고 감독하는 행정기관이 필요하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성년후견청을 비롯한 행정기관, 즉 가정법원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서 후견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러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가정법원이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후견선고를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어떤 자격이나 직무에의 접근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그 동안 본인이 종사해 왔던 직무와 관련된 자격을 획일적으로 제한·박탈하는 결격조항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방치한 채 성년후견제도 정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은 물론 당초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입법안을 통한 입법적인 모순해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늙고 병들며 자신 혹은 가족과 지인을 통해 장애라는 큰 숙제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지껏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이를 포용할 만큼 성숙되지 못했고 결국 피후견인 본인이나 이를 돌보아야 할 가족들에게 그 사회적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치매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정신장애인 등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하는 것은 물론 성년후견제도의 장기적인 정착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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