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호사 조력 받을 권리 보장 위한 비밀유지권 법제화 위해 끝없이 노력 중
현행법상 비밀유지 ‘의무’는 있지만 ‘권리’는 없어 … 변호사법 개정안 2건 발의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법으로써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 보장이 필수조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비밀유지권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서는 지난 11일 변호사, 회계사 등 비금융 전문직종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추진한다는 계획을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전하기도 했다. 변협이 지난해 7월 밝힌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침해함으로써 변호사제도 근본을 뒤흔드는 의심거래보고 의무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처사다.

현행법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다만 제3자에게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는 현행법상 명시돼있지 않다.

변호사 비밀유지권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와 직결된다. 변호사가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없다면, 수사기관 또는 민사소송 상대방 등에 피의자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의자로서는 변호인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 받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2016년 8월에는 검찰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를 위해 한 대형 로펌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로펌을 강제로 뒤졌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료는 조세포탈 혐의를 입증하는 데 쓰였다.

당시 변협은 이 사태에 크게 반발하며 “검찰과 법원은 이같이 영장 신청과 발부로써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또 ‘변론권 보장과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토론회’를 열어 로펌 압수수색 사태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변협은 변호사 비밀유지권 침해 행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비밀유지권을 명문화하는 데 꾸준히 힘쓰고 있다. 그 결과 나경원 의원이 지난해 10월 변호사 비밀유지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변협은 나경원 의원실과 공동으로 ‘변호사 비밀유지권 관련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변호사 비밀유지권 법제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유기준 의원도 지난 1월 “의뢰인이 변호인 조력을 충분히 받기 위해서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비밀을 털어놓더라도 변호사가 그 비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변호사 비밀유지권 인정을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두 법안은 모두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변협은 “국민이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담은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신뢰 받지 못 하고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보장하고 이를 침해할 경우에 대한 내용을 법제화한 곳이 많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직무에 대한 모범 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에서 의뢰인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 상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호사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비밀유지권을 침해하면 △법원에 대해 당해 증거에 대한 배제를 구하거나 △공소기각을 구하고 △검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거나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유럽에서도 ‘유럽변호사 행위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European Lawyers)’에서 “비밀유지는 변호사의 일차적인 권리이자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유럽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서는 변호사뿐 아니라 성직자, 상담원 등 다양한 직역에 대한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 영국은 보통법에 의해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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