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로스쿨 진학을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부터 자기소개서, 면접이라는 전 과정을 아우르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은가에 관해 물었다. 이 질문은 어떤 직업 철학을 가진 법률가가 되고 싶은가라는 규범적 질문임과 동시에 앞으로 어떤 분야의 법률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가라는 진로에 관한 고민이었다. 소위 말하는 ‘비법학사’에, 주변에 법조인의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것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존재했다. 따라서 입학 전에는 밑그림만으로 충분하다 자신을 위로하고, 로스쿨 입학 후에는 진로 계획을 구체화할 기회가 주어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상은 늘 현실과 약간의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인 걸까. 방학 동안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로 이루어지는 국내 실무수습의 경우는 채용과 실질적으로 연계되는 일부 법무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형식적인 ‘실무 교육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분야에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라는 로스쿨 취지에 맞게 법조계, 금융계, 행정부처, 공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수습 공고가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를 통해 향후 진로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 실무 수습 경험자 대다수의 의견이다. 짧은 기간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의 부재, 형식적인 과제 수행 혹은 견학 위주의 방식 등이 그 이유로 지적된다. 그리하여 학생들에게 실무수습은 관례적으로 졸업을 위한 학점 채우기 정도로 여겨지곤 한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른 규정을 두어 로스쿨 학생들의 실무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지도변호사가 2인 이하의 참여자만을 지도할 수 있으며, 주당 최소 5시간 이상 참여자를 개별 지도해야 하고, 수습 참여자의 경우 매달 지도 변호사가 부과하는 시험을 치르는 법학 교육 과정을 마쳐야지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적어도 실질적인 경험을 쌓는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이다.

논어의 위증 편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는 말이 나온다. 단순히 배우기만 하고 생각지 않으면 이치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매년 낮아지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로스쿨 학생으로서는 배움에 급급하여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는 시간은 사치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배움만으로는 변화의 시대에서 대체 불가능한 법조인으로 성장할 수 없다. 내실 있는 실무 수습 프로그램의 제공과 동반한 학생들의 실질적 참여를 통해, 법학 지식과 삶을 유기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분야에 진로를 꿈꿀 수 있는 법조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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