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남들은 퇴근할 시간에 서초동에서 어쏘로 일하는 변호사 친구와 함께 백반을 먹기로 합니다.

“나? 사무실 다시 들어가봐야 돼. 내일까지 서면 낼 게 있어서.”

급한 마음에 밥을 후루룩 먹는 친구를 보면서 마냥 안타까워할 수도 없습니다. 기자들도 야근이 많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그날은 야근이 아니어서 친구를 배웅해줬습니다.

지금까지는 서초동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사무실에서 우르르 나오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렇지만 이런 모습들이 앞으로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주 52시간 노동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2020년 이후부터 적용됩니다.

단순하게 ‘그래야 한다’는 선언을 담은 규정이 아닙니다.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회사 대표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서죠.

이미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정되는 법을 지키기 위해서 자문도 받고, 사내 시스템도 새로 구축하고 말이죠. 출근 시간을 변경하게 하거나, 본인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게 하기도 합니다.

법조계는 어떨까요? 판·검사는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아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경찰도 역시 현행대로 근무합니다. 그렇다면 로펌 등 변호사업계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법조계에서는 별로 움직임이 없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당장은 적용되지 않는 곳들이 많아서죠. 하지만 바뀐 제도가 적용되는 고용 변호사들도 있을 겁니다. 로펌에서 일하는 저년차 변호사들의 경우 별도로 사건 수임을 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들에 대해서 대법원도 이미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적용될 주 52시간 노동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의 사무실 규모에 따라 상황이 다른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처럼 다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건 문제가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니 법조계가 앞장서서 지킬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단어들이 이미 익숙해진 세상입니다. 야근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찍 퇴근해야 다음 날도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 너무 당연한데요. 아직까지는 이상적으로 들리이지만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겠죠. 법조계도 이제는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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