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대북 이슈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가 계속 베스트셀러에 제호를 올리고 있다. 나 역시 어느 오후, 대형 서점의 신간 판매대에 놓여 있던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삶에 녹아 있는 북한의 시대상, 사회상, 생활상과 그 변천사를 한국 사회라는 스크린에 투영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그의 삶을 통해 북한 사회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여 그의 경험담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북한을 제대로 알고자 할 때 북한의 한 외교관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이란 너무도 부족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잘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다만, 역사책이나 영화에 있었을 뿐. 남북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일들은 매우 부분적이고 간헐적으로 있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도 역사책과 영화를 제외하면, 어린 시절 조부모로부터 들은 6·25 전쟁 이야기 정도가 북한에 대한 간접 경험의 거의 전부인 듯하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인적 교류의 확대가 긴절하다. 이와 같은 교류를 가능하고 안전하게 하는 법적이고 정치적인 장치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정상회담 등이 필요하지만, 그 이후엔 실제 이와 같은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나설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결국 문화, 예술, 체육 등 사회 전 분야를 망라하는 교류가 필요하겠지만, 법조인의 참여가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통일문제연구위원회가 최근 위원을 새로 위촉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통성명을 하게 된 젊은 여성변호사님을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당시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데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특별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통일문제연구위원회의 새로운 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개시한다고 한다.

남북대화의 개시로 북한이 점점 개방되어 서로를 알 수 있게 되는 관계의 시작이 마침내 찾아 올 수 있는 기로에 있다 싶은 요즘이다. 그렇게 관계가 시작되고 깊어진다면 그 관계는 아마도 원래의 냉전 상태로 돌이키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 북미 등 대화가 단순히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의 교환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핵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평화와 안전, 그리고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전제 내지 조건이기 때문이며, 북한 체제보장이란 것도 관계의 시작을 위한 조건일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한 개방으로 인한 관계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관계의 시작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개방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고, 그렇듯 돌이켜지지 않는 개방으로부터 우리의 안전과 평화체제 구축, 인권 문제의 해결, 나아가 통일로 향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과정 중에 지속적으로 준비해 온 위와 같은 통일문제연구가 빛을 발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