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호사나 검사, 판사를 주인공으로 한 법정드라마가 다수 방영되고 있다. 법정드라마를 보다보면 매번 증인신문 도중 변호사가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며 재판장을 향해 일어서는 장면이 나온다. 또는 사건의 가장 핵심이 되는 증인이 갑자기 재판정에 등장해서 재판정에 있는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고, 변호사는 “재판장님, 본 사건의 증인으로 이 증인을 신청합니다.”라는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증인은 자연스럽게 증인석에 앉아 핵심적인 증언을 한 뒤 그 자리에서 판사님의 판결이 선고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증인신문 도중에 불쑥 일어서서 재판의 흐름을 깨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쉽지 않고, 아무리 사건해결에 핵심이 되는 증인이라도 사전에 재판부에 증인신청을 하여 허가를 받지 않은 증인이 갑자기 증인신문기일에 출석해서 증언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변론이 종결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선고가 내려지는 것도 실무상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항상 위와 같은 장면을 법정드라마에 포함시키고, 이러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변호사의 업무가 늘 저렇게 스릴 넘치고 매우 역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또한 드라마 속 변호사들이 담당하는 사건도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이 결국 그 누명을 벗고 무죄판결을 받는 등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의로운)사건들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법정드라마를 본 지인들이 ‘드라마를 보니 변호사 일은 정말 멋진 것 같더라. 너도 드라마에 나오는 저런 사건들 해결하고 그러는거야?’ 라고 하면 괜히 민망했던 적이 많았다.

 

왜냐하면 TV드라마 속 변호사들의 모습과 달리, 실제 재판과정은 스릴이 넘친다기 보다는 서면 진술과 증거제출을 통해 요건사실들을 하나씩 정리해가는 절차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고, 사건의 내용 역시 대여금, 부동산 등의 민사분쟁도 많고, 형사사건의 경우에도 드라마와 같이 극한의 상황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이 제대로 된 증거조차 없어서 변호사가 모든 증거를 직접 찾아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나 역시도 법정드라마를 볼 때면 드라마 속 변호사 일은 멋진데 그에 비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사소한 것 같이 느껴지고, 드라마 속 변호사처럼 되어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름대로 내린 변호사의 역할은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소중한 일상을 다시 되찾아주는 역할’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금액의 대소로 인해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이 엉켜있어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의뢰인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변호사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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