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한 조사보고서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이어 관련 주요 문건파일들까지 공개되면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사태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조사보고서가 사법행정권의 명백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주요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의 긴급조치 국가배상 기각판결과 배치되는 1심 판결 판사에 대한 직무감독권행사 등 검토행위,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지위부존재확인소송 기획행위, ‘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분석’ 문건과 관련, 판결선고기일 연기 요청 및 심증 파악행위,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문건과 관련 대법원에 계속 중인 상고심에 대하여 사법정책심의관으로 하여금 전원합의체 회부의 적절성여부에 대하여 검토하게 한 행위 등이 그것이다.

한편 소위 사법거래 시도의 정황을 암시하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문건에서는 청와대(BH)가 대법원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파트너로 높이 평가하게 될 경우 긍정적인 반대급부로 요청할 만한 사항들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 재외 공관 법관 파견, 한정위헌결정 관련, 법관 정원 증원 추진 등에 대한 적극 협조가 등장한다. 이 정도 되면 과연 사법부가 국민의 권리보호의 최후보루인지, 아니면 권력의 시녀를 자임하는 이익집단인지가 의심된다고 할 때 그것이 심한 반응일까?

이와 같이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의 명백한 남용행위와 또한 상고법원설치의 명목으로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 ‘정무적’ 판단에서인지 사법적 조치에 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법부 구성원이 헌법상 법관의 독립의 원칙을 침해하여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국가의 확인의무(헌법 제10조)를 위반한 채, 법원조직의 목적을 위하여 재판을 거래대상으로 삼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것은 사법부가 사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그러한 행위와 시도 자체만으로도 위헌이자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조사단에 의하여 밝혀진 여러 문건과 행위들이 법원행정처가 저지른 불법행위의 전부인지 아니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지 아직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사법부에 의한 불법을 보다 더 확실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들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어떠한 판결이 법관의 독립원칙이 침해된 상태에서 거래나 흥정의 대상이 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히 위헌적인 판결에 해당된다고 확인될 경우에는, 그 재판은 더 이상 헌재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재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헌법재판소는 또 하나의 예외적인 재판소원의 대상유형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헌법재판관 3인을 포함하여 대법관임명제청권, 법관임명권을 독점하는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법원장제도를 폐지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및 법관의 임명방법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헌법개정을 하루속히 하지 않으면 대법원장 1인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의 관료화와 그로 인한 폐해는 앞으로도 막을 방법이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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