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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꾸었어야 하는 꿈인가
조용성 YTN 기자  |  choys@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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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호] 승인 2018.06.04  1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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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이 말합니다. “정말 해야 할 일은 책임자로부터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올려놓지 않는 것”

“정치 1번지의 의원으로서 정치권 전반의 변화와 개혁의 주역이 되겠다.”

지난 1996년 4월 15대 총선, 서울 종로. 3선에 오른 형과 함께 재선을 확정 짓는 날, 이명박 의원은 큰 차이로 5공 청문회 스타인 노무현 후보를 제치며 말했습니다. 얼마 뒤 돈을 뿌리며 선거했다는 죄가 인정돼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종로는 노무현 후보에게 세 번째 의원직으로 화답합니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11년 뒤. 한나라당 박근혜 당시 대선 예비후보와 의혹을 주고받던 네거티브 전에서 이명박 예비후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음날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았다는 정황이 시간이 흐른 뒤 공소장에 포함됩니다. 친이·친박계가 쇳소리를 내며 상대에게 던진 최순실·다스 의혹이 훗날 사실로 인정돼 가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남았습니다.

“이건희가 들어왔다고 하면 모르지만 이학수를 대통령 방에 데려왔다? 그건 있을 수도 없다.”

다시 11년 뒤. 삼성으로부터 돈을 약속받게 된 경위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역정을 냅니다. 말잔치 속에 검사 측을 노려볼 땐 극적인 분위기도 흐릅니다. 이유 없이 생기는 ‘신화는 없다’고 해도 혐의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대통령의 시간’도 많은 이들이 잊고 싶은 기억으로 부정된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합니다.

지난 일을 들춰 무엇하겠냐만 뒤돌아볼 줄 알아야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도 안다고 믿습니다.

새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 사과를 놓친 나무의 손. 떠나간 무언가의 무게만큼 흔들립니다. 나라에서 가장 큰 권세를 가진 사람이 있던 자리라면, 좋고 나쁜 울림이 얼마나 컸을지 더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잘한 것 잘못한 것, 빼곡한 되새김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누군가 또 구치소로 가거나, 선택에 대한 반성이 반복되지 않겠지요. 그래야 또 역대 대통령 가운데 몇 번째 법정에 서는 건지 등의 기사를 보지 않게 되겠지요. 그래야 후배에게 ‘내가 비슷한 일 취재해봤는데’ 같은 얘기를 하지 않게 되겠지요.

“내가 큰 꿈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마라” 다스 비자금 보고를 받다가 직원에게 내비췄다는 그 꿈을 꼭 꾸었어야 했는지.

“도덕적 기대치 같은 건 모르겠고 부자 만들어 주세요, 서울시장님” 유권자는 이런 꿈을 꼭 꾸어야 했는지.

두툼한 공소장을 보고 또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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