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동서고금
[동서고금]17년-사필귀정(事必歸正)
박승문 변호사·서울회·DARAE Law&IP Group  |  psm@daraelaw.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91호] 승인 2018.06.04  10:26:5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2000년 8월 10일 혈혈단신 다방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던 15세 소년은 택시강도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참고인 조사 중 감금 폭행 등의 무자비한 공권력 앞에 범인임을 자백한다. 지문도, 옷과 신발에 혈흔도 없는 상태에서 다방 주방에 있던 칼이 압수되어 범행도구로 둔갑된 채 범인이 만들어졌다. 15세 소년은 검찰에서도 두려움에 자백을 하고, 그래도 믿을 곳은 법원이라고 1심 법정에서 비로소 범행을 부인하였다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유족을 모욕했다며 소년범으로서 최장기 처단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는다. 항소심 국선변호인의 범행 자백 권유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 범행을 자백한 어린 소년은 개전의 정이라는 이유로 징역 10년으로 감형되고 상고를 포기한다.

기결수로 복역 중이던 2003년 3월 군산경찰서 황상만 강력반장은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진범 김씨의 친구 임씨를 찾아가 김씨가 범인이라는 진술을 듣고 김씨를 긴급체포한다. 김씨로부터 “많이 후회된다. 내 대신 잡혀간 사람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자백까지 받아냈으나,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물증인 흉기를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은 “흉기에 대한 특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기각되고, 진범 김씨는 석방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동안 심신미약상태였다나, 결국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한다.

2010년 8월 25세가 된 청년이 만기출소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4000만원에 10년 동안의 이자 1억원을 포함한 1억4000만원의 구상금청구 소장이었다.

와신상담. 2013년 4월 청년은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형소법 제420조 제5호에 따른 재심을 청구하고, 무려 2년 2개월이 지난 2015년 6월 22일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 서경환 부장판사는 재심을 허가하는 결정을 한다. 이때가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49일 남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광주고검은 이에 불복 즉시항고를 하고,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은 재심 결정을 확정하였다.

그사이 김씨가 진범이라고 황반장에게 진술한 임모씨와 소년을 감금 폭행하여 거짓 자백을 받아냈고 재심사건에도 증인으로 나온 경찰관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2016년 11월 17일 재심에서 청년은 드디어 무죄를 선고받는다.

그런데 2015년 3월 서영교 의원은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기간을 폐지하는 일명 태완이법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는 이 법안을 7월 24일 통과시켜 7월 31일 시행됨으로써 공소시효 만료 9일을 앞두고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폐지된다.

어쩔 수 없이 검찰은 김씨를 구속기소하였고,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 채 김씨는 1년여의 재판 끝에 징역 15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사필귀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처절하게 고통받은 한 소년의 아픔이 조금 위로받기까지 17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의 일그러진 사법시스템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황상만, 박준영, 서경환, 서영교 4인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없었다면 그 소년은 평생 살인범으로 살아가야 했다. 제발 무전유죄 소리 들리지 않는 정의로운 사회를 기원해본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판결문 공개 확대로 국민 신뢰 향상 기여”
2
법조인 출신 21명,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 선택 받았다
3
[#지방회_해시태그] 시국선언과 사회변혁의 패러다임
4
[동서고금] 반기업정서를 극복해야 미래가 있다
5
“변협 목소리 반영한 대법원 후속조치 … 환영한다”
Copyright © 2018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