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제운전면허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일반인들

작년 8월 말, 일본에서 발생한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강간 사건과 관련하여 모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일본 형법은 성범죄를 여전히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고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있어서도 우리와 조금 차이가 있기에 나름 준비를 해서 열심히 인터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했던 담당 PD가 필자를 한국변호사가 아닌 ‘국제변호사’로 소개를 하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필자는 그런 명칭의 사용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부했고, 국제변호사라는 용어의 사용 자체가 잘못된 표현일 뿐 아니라 변호사법에도 위반된다고 거듭 설명을 해 드렸다. 그래도 방송사 직원들은 일본 법령에 대한 자문도 하니 국제변호사가 맞지 않나 생각하는 눈치였는데, 나중에 페이스북에 이날 사건을 글로 올려 보고 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댓글을 단 많은 분들은, “국제운전면허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변호사를 할 수 있는 국제변호사라는 면허가 존재한다”고 알고 있었다.

2. 국제변호사는 엄연한 변호사법 위반이다

우리 현실에서 국제변호사는 주로 국제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사 자격은 국가별(대한민국, 일본, 영국) 또는 주별(미국)로 주어지고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국내변호사 외에는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1949년 변호사법에서는 ‘국가공로 외국변호사’를 인정한 바 있지만, 이 제도는 2008년 폐지되었다), 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라도 대한민국 내에서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변호사법에 따라 처벌된다.

즉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국제변호사를 표방하거나 그 밖에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므로(제2호), 한국변호사도 국제변호사를 표방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여기서 “그 밖에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이라 함은 변호사 자격이 없음에도 명함이나 광고 전단지에 이민·특허 전문변호사 또는 국제변호사라고 표시하는 것을 말하므로(정형근, 변호사법 조문해설), 영미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라 하더라도 국제변호사를 표방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하더라도(특히 미국의 경우 한 주의 변호사에 불과하므로, 미국변호사라는 용어도 잘못된 표현이다) 국제변호사는 아니며, 다만 그 자가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자격승인을 받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해서 외국법 자문사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외국법 자문사도 광고를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변호사’라는 명칭을 써서 광고할 수는 없으며 이 또한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영미법을 공부한 외국법 자문사들이 국제적 분쟁을 다루는 예가 많아서인지 몰라도, 실제 현실에서는 그들을 지칭하여 국제변호사라고 부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위키백과도 “국제변호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한국법상 변호사법과 외국법자문사법에 의해 국제변호사를 표방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고 명확하게 표기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일부 방송인들이 버젓이 ‘국제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를 제지하는 움직임이 없다.

3. 언론부터 설득하고 계도해야 한다

우리 국가기관들이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SNS에 드러난 일반인들의 반응이 대개 “방송에서 자주 쓰이길래 미국에서 변호사를 취득해 오면 그런 자격이 주어지나 보다”인 점에 비추어 보면, 국제변호사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가장 큰 원인은 방송사 등 언론의 빈번한 사용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형포털의 검색창에 국제변호사를 검색어로 넣어보면, “레전드 오브 엄친딸, OOO 국제변호사 되다!”라는 기사 제목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언론의 힘이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지상파 방송국을 비롯한 각종 언론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대부분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그 정도의 엘리트들이 국제변호사라는 면허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필자를 포함한 변호사들 특히 변호사단체들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방송사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던 시절, 약 5년 전쯤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제변호사 용어의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던 기억이 나지만, 그 후 대한변호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이에 관한 계도활동을 했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고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실제 현실에서는 국제변호사라는 용어가 버젓이 공중파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국제변호사의 용어 사용이나 표방행위가 현실에서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괴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므로, 대한변호사협회와 각 지방변호사회는 종전의 계도활동을 다시 적극적으로 개시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무엇보다 일반 국민과 언론사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주지시키느냐의 문제이므로, 무조건 고발과 형사처벌이 따른다고 위하할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공문과 광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각인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를 볼 수 있는 것은 이 글이 마지막이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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