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 일각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충실한 심리와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민사항소심 재판에 사후심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취지에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5일 대한변협이 발표한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심 법원의 재판만으로는 사실심의 충실화를 담보할 수 없고, 사실상 2심제를 가져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이유로 변호사 87%가 항소심의 사후심화를 반대했다.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최근 법원은 항소심을 사후심으로 운영하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과다한 항소사건으로 발생하는 법원의 과중한 심리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폭증하는 사건처리와 비변호사의 소송수행으로 1심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재판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1심에서 실체적 진실을 완벽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1심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를 항소심에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면 항소심의 존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아가 2심을 사후심으로, 3심을 심리불속행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는 단심재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사후심 도입주장은 시기상조이다.

물론 법원이 주장하고 있는 남상소로 인한 재판업무의 과중과 재판의 지연으로 인한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은 사후심의 도입이 아니라, 재판부의 확대와 판사의 증원을 통해 극복돼야 할 문제다.

재판 이념인 신속과 적정, 그리고 충실이 모두 보장되기 위해서는 쉽고도 편의적인 발상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실질적인 재판권을 보장하기 위해 1심 심리를 충실히 하고 항소심 전문화를 추진해 재판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사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국민에게 보다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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