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갈림길에 마주선다.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지금은 학교에서 어떠한 수업을 들을 것인지, 어떠한 실무수습을 갈 것인지와 같은 비교적 쉬운 선택지를 받고 있지만, 법조인이 되면 어려운 선택지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가령 자신의 가치관, 신념, 명예, 부, 인간관계, 사회적 명망 등 많은 가치들이 충돌하는 중요한 순간들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각자 자신의 꿈과 미래, 법조인으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그 고민 끝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다. 그러나 계속 되는 수업, 과제, 시험과 변호사 시험에 대한 부담감 등에 치이다 보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초심은 점점 흐려지고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선택지 앞에서 고만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 한번쯤 떠올렸으면 하는 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분은 대법관을 역임하고 현재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후학양성을 위해 힘쓰고 계신 조무제 석좌교수님이다. ‘딸깍발이 판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교수님은 19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당시 6343만원을 신고해 재산 공개 대상 고위 법관 103명 중 꼴찌를 기록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유명 로펌자리를 마다하고, 부산법원조정센터 조정위원으로 있으면서 받는 수당조차도 자진 삭감하는 등 많은 미담으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다.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법조계에서 교수님의 청빈하고 절제된 삶을 바라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른 한분은 울릉도 제1호 변호사인 백승빈 변호사이다. 제55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그는 변호사가 없어 전문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해 배를 타고 포항시로 나와야 했던 울릉도 주민을 위해서 직접 울릉도에 들어갔다. 여느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로펌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도움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로스쿨이 도입되고 무변촌(無變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수도권으로 변호사가 집중되는 현실에서 그의 행보는 남다른 직업의식을 보여준다. 두분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타인 혹은 세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표현처럼 우리는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법조인으로서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선택하는 것이, 가지 않은 길을 ‘한숨 쉬며’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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