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기타
[자유기고]변협 연수 첫주에 만난 백일홍 이야기
강원도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  lawyerkang3141@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90호] 승인 2018.05.28  09:31: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며칠 전 ‘피아노 치는 변호사’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도저히 접점이 없을 것 같던 피아노와 법학을 어떻게 연결시켜 이야기할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는데 그 책의 저자는 한 가지 현상을 음악가가 감성을 통해 소리로 표현한다면 법률가는 이성을 통해 문장으로 표현하므로 이 둘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며칠 전부터 생전 관심도 없던 클래식을 한 두곡씩 듣기 시작했는데 대한변협 연수 첫주에 법원에서 ‘꽃’을 만났다.

요즘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피아노 치는 변호사는 왠지 하나 나올 법도 하지만 꽃에 해박한 법률가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것도 여성이 아니라 50대의 남성이라면, 그것도 특히 범죄와 형벌을 다루는 형법 교수님이라면 일반인들도 더더욱 상상이 가지 않을 것이다.

우연히 대법원에서 교수님을 만나, 교수님께서 손수 전해주신 옥고를 읽고 나서 나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청사에 있는 백일홍의 의미, 꽃말, 개화시기 등 꽃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관련 설화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전달력, 관련된 문학 작품들에 대한 소개, 우리나라에 백일홍이 피어있는 대표적인 장소에 대한 설명을 통해 왜 우리나라 대법원 입구에서 백일홍이 좌우 대칭으로 방문객들을 맞아 주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며 새롭게 알게 된 교수님의 깊은 내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권력은 주로 꽃에 비유되는데 꽃의 아름다움은 잠깐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사군자와 소나무를 가까이 하며 늘 자신을 경계하였는데 우리 선조들이 미덕으로 삼았던 나무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이 바로 ‘백일홍’이다. 백일홍은 다른 꽃들이 만개하는 봄에는 움도 틔우지 않으며 홀로 내공을 쌓다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는데 무려 100일간이나 꽃을 피운다.

이는 필자에게는 엄청난 의미로 다가왔는데 그것은 필자가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3년이나 늦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기들에게 뒤쳐지며 공부하는 동안 너무나 많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자책했다. 다른 학생들은 햇살이 아름다운 봄에 꽃을 피워 모두에게 사랑받는데 나만 왜 나만 이렇게 늦게까지 공부하여 나이만 먹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항상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에 있는 꽃이 벚꽃이나 목련이 아닌 백일홍이라는 점에서 필자에게는 엄청난 깨달음이 있었다. ‘용이 여의주를 만들 때는 외부에서 뚝딱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몸 안에서 만드는 것이다’라는 며칠 전 읽은 책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햇살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 줄 때에 활짝 피었다가 비만 한번 와도 바로 떨어져 버리는 벚꽃, 떨어지면 바로 변색되는 목련과 달리 다른 꽃들이 만개할 때는 혼자 100일 동안 꽃을 피울 내공을 쌓고 있다가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 그래서 사람들이 외출도 잘 못할 때, 그때 화무십일홍이라는 법칙을 깨고 무려 10배의 기간 동안이나 꽃을 피우는 백일홍. 이것이 바로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고향 오죽헌 입구에 백일홍이 심어져 있는 이유이며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 입구에 백일홍이 피어있는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 백일홍의 특징 중 감탄할 만한 것은 꽃이 한번 피어서 백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꽃이 피어 100일을 간다는 것이다. 이는 변호사 연수를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 매우 의미가 있었는데 ‘일일신 우일신’ 즉 아무리 의지가 좋고 뜻이 좋아도 매일 매일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내가 추구하는 정의는 힘 없는 정의가 되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뿐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

대한변협 연수 첫주에 우연히 교수님을 만나 뵙고 또 백일홍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커다란 은혜이다. 이로 인해 변호사시험에 늦게 합격했다는 마음 한켠의 후회가 4월의 아지랑이처럼 날아갔으며 나도 백일홍처럼 매일 매일 노력하여 깊은 내공을 쌓아 언젠가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 그래서 다들 무더위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 그제야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백일홍 같은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대법원 판례 자문위원으로서 냉철한 이성 외에도 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과 세밀한 관찰력을 갖고 계신 소재용 교수님께 이러한 깨달음의 계기를 주신 데 대한 감사를 드린다. 꽃에 대해 문외한인 나지만 가장 좋아하는 꽃을 백일홍으로 정했다. 앞으로 대법원 옆을 지날 때마다 백일홍을 한번씩 둘러보고 가야겠다. 다음에 교수님을 찾아뵐 때는 대법원 서관 입구에 있는 목백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로스쿨 통신]깜깜한 로스쿨 입시
2
[전문분야 이야기]대덕연구단지의 추억과 특허 이야기
3
[법조계 신간 엿보기] 인니법-인도네시아 법령 소개서
4
변협 앱 첫 출시 … 푸시 알람으로 회무 확인
5
[자유기고]교육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Copyright © 2018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