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 변호사(서울대사법대학원 11기·전 헌법재판관), 박영사

권성 변호사가 논어와 노자를 풀어썼다. 풀어썼다기보다 구문별로 재해석했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원래 이런 류의 책은 학자들의 영역이지 법조인의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그간의 법조경력에서 다진 문구 해석력과 정통한 한자 문법에 기반하여 논어· 노자의 원문과 기존의 여러 학자들의 주석을 분석하여 그 정확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 해석은 나름 명쾌하고 순리적이다. 

예를 들어 논어의 유명한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를 필자는 “배우고 기회가 와서 그 배운 바를 실천하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라고 해석하고 그 근거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통설은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해석하지만 사실, 배워서 복습만 되풀이 하는 일이 어찌 그리 즐겁기만 하겠는가? 기회가 와서 배운 바를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논어 곳곳에 드러나는 실천가로서의 공자의 면모를 보아도 이런 해석은 그럴 듯 해 보인다. 청강의 논어를 읽다 보면 필자는 공자를 요즘의 ‘공리(功利)주의자’ 내지 ‘실용주의자’로 이해하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말하는 ‘수기이안백성(修己以安百姓)’은 제레미 벤담의 이른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노자에서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도(道)는 사람이 물처럼 처신함을 훌륭하게 여긴다”라고 해석하여 종래의 해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상(上)을 도(道)라고 파악하고 선(善)을 동사로 보는 관점이 매우 남다른데, 이 구절이 나오는 같은 장(章)의 다른 구절들의 문장구조와 대비하여 이들 모두를 일관되게 이해하는 분석이 아주 신선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무(無)와 유(有)’ 그리고 ‘무위(無爲)와 유위(有爲)’에 대한 매우 단순하고 평이한 이해를 제시하면서, 저자 스스로 “나의 이해가 너무 유치해서 무엇인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남아 있긴 하다”라고 술회하기도 하여 그 끊임없는 근사(近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이 외에도 기존의 통설적 해석과 다른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일종의 상당한 ‘소수의견’을, 이 책에서 여럿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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