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된 총잡이, 몰도덕한 기술자, 특별한 친구 등으로 상징되듯이, 전통적으로 영미권에서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당파적 대리인으로 이해돼 왔다. 이는 역할도덕에 초점을 맞춘 도덕철학적 정당화과정을 거쳐 표준적 법조윤리관으로 발전되면서 주류적인 법조윤리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 법조계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류적인 변호사상(辯護士像)에 반대하여 변호사를 윤리적인 조언가로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다. 이들은 당파적인 대리인으로서의 변호사상에 터 잡은 전통적인 법조윤리의 한계를 지적하고 도덕적 조언가로서의 변호사상에 터 잡은 법조윤리를 주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파적인 변호사상에 기초한 표준적 법조윤리는 지금까지도 법조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일군의 법조윤리학자들은 표준적 법조윤리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도덕철학의 영향을 벗어나 이른바 법해석자로서의 변호사상에 터 잡은 새로운 법조윤리를 주창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변호사의 당파적 변호의 한계를 설정하는 ‘법의 테두리’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법 기능이나 변호사 역할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법조윤리는 법의 올바른 해석 또는 정당한 해석에 기초하여 의뢰인의 당파적인 이익추구를 제한함으로써 법의 지배(rule of law)라는 가치를 유지하려고 한다.

되돌아보면, 전통적인 법조윤리에서는 의뢰인에 대한 당파적인 충성이 법의 테두리를 해석하는 출발점이었다. 새로운 법조윤리도 직무 수행에 있어서 ‘법의 테두리’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법조윤리가 이해하는 법은 ‘형식적인 실정법’이 아니라 법의 목적이나 정의이념을 고려한 ‘실질적인 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별화된다.

사실 당파적 중립성 내지 열성적 변호로 요약되는 전통적인 변호사상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간에 변호사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법조윤리의 화두는 여전히 하나의 질문으로 집약될 수 있다. 과연 좋은 변호사는 좋은 사람(이웃)이 될 수 있는가? 변호사상이나 법조윤리관을 둘러싼 논란도 이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다른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사회 내에서 법의 기능은 무엇인가, 또 법체계 내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누가 어떠한 절차로, 어떠한 방법으로 변호사를 규율하여야 하는가?

지금은 법조인과 법조계의 위기상황이다. 세간에서 회자되는 법조인의 타락이나 법조비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사법제도에 대한 제한된 접근가능성, 빈약한 성과, 고비용, 과도한 소송지연 등 고질적인 문제들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법조인과 법조계의 위기상황은 곧 법조윤리의 위기이다. 법조윤리가 허물어지면 사법체계의 질, 나아가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법조윤리는 법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조인이 공중의 신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조윤리에 대한 모색, 특히 법조인이 지켜야 할 법의 테두리에 대한 성찰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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