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회의 후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다가, 변호사의 업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만 같은 이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익숙하지만 잊고 지내왔던 그 단어를 듣고 나니, 문득 휴식의 의미와 어원이 궁금해졌다. ‘휴식’은 ‘쉴 휴(休)’에 ‘숨쉴 식(息)’자가 결합된 것으로, ‘마음을 스스로 쉬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휴식이 단순히 일과를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나니 휴식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가 더욱 궁금해져 관련 문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국어사전은 휴식을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생명과학대사전은 ‘휴식이란, 수면을 하거나 활동을 일정 기간 쉬는 것을 합쳐 이르는 것으로, 신체적·정신적 피로의 회복을 꾀하며 체력이나 기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활동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조사로 ‘휴식효과’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체육학대사전은 ‘작업 도중에 휴식이 주어졌을 경우 다음 작업의 능률이 올라가는 일’을 ‘휴식효과’라고 명명하면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하는 도중 휴식을 가지면 피로가 회복되고, 휴식 중 기술이 체계화되어 나쁜 습관이 없어지거나 바람직한 결합이 고정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휴식과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지만, 최근 필자가 느낀 휴식의 의미와 가장 근접한 단어여서 다른 설명들에 비해 더 오래 시선이 머무르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열심’과 ‘열정’을 화두로 삼았고, 그 결과 ‘과로사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휴식을 삶의 자연스러운 방식 중 하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한다. 우리는 늘 바쁘다. 학생일 때는 ‘배움’과 ‘취업준비’로, 원하고 바라던 일을 시작한 후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이러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마치 게으른 삶을 사는 것 같은 마음에 스스로를 독촉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이 걷고 있는 길과 소속된 곳에서 요구하는 열정의 표준치를 충족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과 함께 하게 되면 일상은 더욱 더 치열해진다. 그 모든 일상은 소중하고, 이러한 노력들은 모두 존중받을만하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러한 모습들만으로 일상을 채워갈 수는 없다.

‘저 사람은 틀림없이 AI이거나 철인일거야’라고 회자되는 사람일수록 휴식을 누리는 삶을 실천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누구에게나 가용 에너지는 정해져있고, 그 힘을 모두 소진할 경우에는 전자기기가 강제종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에 매몰되는 일상이 반복되면 자신의 일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여 더 발전할 기회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행 중인 업무가 과중하거나 중요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도저히 틈이 나지 않는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