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교 새내기 시절 한 선배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일까? 아니면 본 만큼 아는 것일까?” 당시에는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무엇이 맞는지 대답을 하지 못해서 유독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은 질문입니다. 이제 그 선배가 다시 묻는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3월 처음으로 프로 골퍼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해서 골프를 배운 지 지금 두달 정도 되었습니다. 골프를 배우기 전에는 이글, 알바트로스, 양파와 같은 기본적인 골프 용어를 들어도 금방 잊었고, 골프채를 보고도 어느 것이 우드, 아이언, 웨지인지 구분도 하지 못하고, 각각 언제 사용하는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그 흔한 골프 동영상이나 TV 골프 방송을 보게 되더라도 지금 장면이 어떤 단계이고 그 선수가 얼마다 대단한 샷을 한 것인지 그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골프를 배우고 나니 골프 용어, 골프 장비는 물론이고 골프 매너, 골프 동영상 등 골프에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다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저는 ‘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구나’라고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변호사를 하면서도 아는 만큼 보게 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사건을 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법조문, 판례가 사건을 하면서 마치 매직아이처럼 쑤욱 올라와 보인다거나, 개업 전에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는 보이지 않던 사무실 운영에 관한 것들이 개업을 하고 나니 보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7년차 변호사이자 풀타임 개업 2년차 변호사인 지금, 나는 변호사로서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어디까지 보이는가 하는 자문(自問)을 하게 됩니다. 혹여 해보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해볼 일이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혹은 지금껏 많이 봐왔으니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아닌지 말이지요. 이제 몇년 후면 10년차 변호사가 되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보고 있는 변호사가 되어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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