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
미국식 원로법관제 도입에는 변호사 56%가 찬성 표해

변호사 과반수가 항소심의 사후심화와 향판 제도 부활을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협은 지난 15일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4일까지 17일간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에는 변호사 1387명이 응답했다.

 

“항소심, 이미 사후심처럼 운영”

설문 결과, 변호사 87%는 항소심의 사후심화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보다 18.8%p 늘어난 수치다. 항소심의 사후심화를 반대한 변호사는 대부분 반대 이유로 △제1심 법원만으로는 사실심의 충실화를 담보할 수 없고(1006표) △사실상 2심제가 되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며(860표) △본인소송 당사자가 법률지식이 없거나 소송대리인이 미숙해 제1심 변론의 충실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등 이를 시정하기 어렵다(855표)는 이유를 들었다.

이미 항소심이 사후심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도 58%에 달했다. 재판부가 변론 기회를 1~2회만 주거나 새로운 증거나 증인을 채택하지 못 하게 하는 사례 등이 있기 때문이다.

 

향판, 지역 인사와 유착 가능성 우려

향판제도 부활에도 과반수가 반대 의견을 전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변호사 75%는 지역 토호와 유착하여 법조 비리가 발생할 수 있고, 재판의 불공정 시비로 오히려 도입 목적과 달리 사법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향판제도 부활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앞서 전국법관 대표회의는 지난달 9일 지역법관제도를 권역법관제도로 명칭을 변경한 추진안을 의결했다. 2년마다 법원을 옮기면 법관이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제도는 2004년 시행을 시작해 지역 인사와 법관 간 유착 가능성이 있다는 불신이 계속돼 10년만에 폐지된 바 있다.

지역법관제도 폐지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이른바 ‘황제노역’ 사건이다. 2014년 벌어진 이 사건은 법원장이 한 기업가에게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미납하면 일당을 5억원으로 계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사건이다. 당시 법원장은 광주전남에서 29년간 재직했다. 2012년 한 부장판사는 법정관리기업 관리인에게 본인 친구인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알선하기도했다.

실제로 지역 법관이 하는 재판 진행이나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느낀 변호사도 621명(45%)에 달했다.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은 경우는 210명(15%)에 불과했다.

 

“미국식 원로법관제, 인재손실 막을 것”

미국식 원로법관제(Senior judge)에는 응답한 변호사 56%가 찬성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원 판사가 종신직이며, 65세 이후 은퇴하면 연금을 받거나 원로법관직을 선택할 수 있다. 원로법관은 비상근으로 재판 업무를 수행하고 급여는 약 70%만 지급 받는다. 이 제도는 재판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전관예우를 효과적으로 방지한다는 평을 받는다.

앞서 법원은 다른 의미의 원로법관제(평생법관제)를 도입해 고위법관 5명을 원로법관으로 지명했다. 이들은 제1심 소액사건을 맡았다. 사법서비스 질과 국민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3년 동안 원로법관은 고법부장 지위를 유지한다. 퇴직 시 로펌 취업 제한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관은 연간 외형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인 법무법인 재취업을 제한받는다. 김진태 의원이 발표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취업 제한 기관에 재취업한 고위법관과 법원 공무원 모두 취업 심사를 통과해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변협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회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 재판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법원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