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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전관예우 통계조사, 무엇이 두려운가
백인성 변호사·머니투데이 기자  |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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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승인 2018.05.14  09: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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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1월 16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돌연 임시회의를 열었다. 당초 위원회는 확정판결이 난 사건 7만여건을 대상으로 양형 관련 ‘전관예우’ 실태분석을 하기로 했다. 사법부 차원에서 실시되는 첫 전관예우 실태조사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날 임시회의에서 갑자기 전관예우 관련 통계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을 번복했다. 이날 회의록은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대법원이 회의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주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국감에서 “당시 법관들의 반대 때문에 양형위원회의 전관예우 통계 조사가 무산됐다”고 폭로했다. 전관예우의 존재가 드러날 경우 사법 불신이 초래될 것이라는 법원의 반대 입장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일반인들이 전관예우 통계분석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할 경우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법관 양형위원들의 반대해 결국 통계조사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10년이 지났다. 전관예우 통계조사 시도는 또다시 좌절될 처지에 놓여 있다. 2018년 4월 17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2차 회의를 열었다. 사법개혁 과정을 공개하겠다며 대법원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위원회다. 회의의 핵심 쟁점은 10년 전과 꼭 같았다. 전관예우 실태에 대해 통계조사를 실시할지 여부였다. 위원 10명 중 5명은 찬성, 5명은 반대에 손을 들었다.

찬성 측은 전관예우 관련 통계조사를 실시할 경우 전관예우의 실태가 밝혀져 근절을 위한 적극적 정책을 펼칠 수 있고, 정보가 없는 상황보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국민들이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고 실제 혜택을 받는 전관 변호사가 있다면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방법론과 조사 과정 자체, 통계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반대 측은 전관예우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사법불신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 법률 수요자들이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만 사건을 위임하려 해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통계조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의미한 조사가 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말까지 활동기간이 정해진 위원회 사정상 설문조사를 우선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관예우가 논란이 된 건 그 존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위원회를 발족시킨 핵심 취지 가운데 하나는 전관예우가 있는지 조사하고, 그 근절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면 국민들의 불신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를 각오하고 지금이라도 실태를 밝혀 고칠 일이지, 외면하려 할 때는 아니다. 전관예우의 유령이 언제까지 서초동을 배회하도록 놓아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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