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출범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변호사 1인당 수임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대형 로펌들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서 그 여파로 소형 및 단독 법률사무소의 형편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다.

각자 먹을 파이가 줄어들 때에 대처 방법은 두 가지이다. 파이를 늘리거나 나눠먹을 사람의 수를 줄이거나. 실제로 작금의 상황에 대처하는 변호사들의 목소리도 직역 확대와 신규 변호사 수 감축이라는 두 줄기로 대변된다. 이 중에서 장기적으로 더 건설적인 방향은 파이의 크기를 늘리는 쪽일 것이다. 파이를 늘림으로써 단순히 변호사들의 일거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실현에 기여하고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더더구나 그럴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규모, 즉 파이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더 늘릴 여지가 있을까? 2016년 부가가치세 신고를 기준으로 국내 법무법인 및 개인변호사의 매출액은 약 4.6조원으로 추산된다. 페인트 시장(3.2조원)보다 조금 크고, 온라인게임 시장(6조원), 아웃도어 의류 시장(8조원)보다 훨씬 작으니 그리 큰 시장은 아니다. 그나마 이 중 2조원을 상위 6~7개 로펌이 가져간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자국 변호사들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략 추산한 법률시장의 규모는 미국 320조원, 영국 50조원, 독일 28조원, 프랑스 22조원 정도라고 한다. 한국 법률시장에 비해 대략 70배(미), 11배(영), 6배(독), 5배(프)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의 GDP는 한국에 비해 12.6배(미), 1.7배(영), 2.4배(독), 1.7배(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GDP에서 법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에 비해 5.5배(미), 6.5배(영), 2.5배(독), 2.9배(프)나 된다.

법률서비스 수출국에 해당하는 미국과 영국이 그런 것은 놀랍지 않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계약의 준거법으로 영미법을 선택하고, 영미법 전통 아래 있는 중재기관과 중재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글로벌한 영향력과는 거리가 있는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도 법률시장의 상대적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우리 법률시장에 확대 여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선진국 법률시장은 대체로 규모가 크지만 중대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법률시장은 우리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고, 국내외적 영향력도 미약하다. 로스쿨을 도입한 후에도 직역 확대는 여전히 미미하고 송무에 집중되어 있다. 변호사들은 여전히 점잖고 소극적이어서 그에 비하면 한국 변호사들이 자못 상업적·공격적으로 느껴진다.

법률시장이라는 파이를 어떻게 키울지는 이 짧은 칼럼에서 대안을 제시하기엔 벅찬 난제이다. 우선 한국이 관련된 국제계약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관할법원을 한국법원으로, 하다못해 중재지라도 한국으로 합의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법과 한국법원이 선택받을 수 있게 잘 가꾸고 선전하는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일본이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일본의 예에서 우리가 연구해야 할 것은 신규 변호사 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아니라, 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법률시장이 위축되고 있는지에 대한 반면교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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