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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형사재판 유감
박승문 변호사  |  psm@darae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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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호] 승인 2018.05.07  1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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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60세도 안되던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점을 보고 오셔서 내 명이 78세나 된다고 기뻐하셨다. 나는 그 점괘를 믿고 1999년 내 인생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 두 가지 결심을 하였다. 가톨릭 귀의와 법복을 벗고 로펌 설립, 20년째 나는 성경 한번 제대로 읽지 않은 날라리 가톨릭 신자요, 다래라는 로펌 대표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의 서시를 읊조리며, 명판관이 되겠노라 다짐했건만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다. 특히 고등법원 형사부 배석판사 시절 두 형사사건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첫째, 상해치사 사건, 기록을 보니 피해자가 처참히 살해되었다. 그런데 검찰은 상해치사죄로 기소하였다. 1심에서도 관대한 형이 선고되었건만, 피고인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주심인 나는 법정에서 직접 피고인신문을 하였고, 이게 상해치사죄가 맞냐는 취지로 질문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꽤나 당황하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피고인은 유족과 합의하였고, 검찰단계와 1심, 2심에서 계속 변호인을 교체하였다. 둘째, 특수강간 사건, 피해자 소녀는 심야에 계속 손을 흔들며 차를 태워달라 부탁하였고, 트럭 1대가 멈춰서며 피해자를 태워주었다. 그런데 달리는 트럭 안에서 피고인 셋이서 그 소녀를 윤간하였다. 피고인들은 초범으로 잘못을 뉘우치며 거금을 공탁하였다. 달리는 차안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피해자 소녀는 재판이 끝날 때가지 행방불명 상태가 계속되었다. 지금도 위 두 사건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심의 관대한 형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형을 감경하고 말았다.

변호사가 되어 입장이 뒤바뀌니 법대가 그리도 높아 보였다. 판사시절 우호적이었던 검사들은 적으로 돌변하였고, 최후변론을 통하여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라고 말씀하신 이용훈 전 대법원장님의 말씀을 인용하였다가 거친 항의를 받곤 하였다. 그래도 현직 구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아 무죄를 확정시켰을 때는 한건 하였다고 기뻐하였다.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은 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 내지 피고인이었고, 상대는 고위 공무원이었다. 굳이 왜 뇌물을 주었다고 자진해서 진술했을까. 무슨 혜택을 보려고. 내 경험으로는 법원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다를 때 그 다른 진술을 한 사람이 피의자라면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참고인이라면 법정에서의 진술을 믿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어떡하든 피의자를 구속시키려 하고 구속된 피의자로부터 나중에 번복해도 뒤바뀌기 어려운 진술을 받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인다.

위 현직 구청장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은 5000만원의 뇌물을 주었다는 사건이었다. 구속된 피고인을 처음 접견하였을 때 그는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주었다는 사람이 증인으로 나왔을 때 반대신문을 통하여 검찰에서의 진술의 여러 모순점을 따져 물었다. 그리고 거짓말탐지기 앞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냐고 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거짓말탐지기 조사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검사결과는 주었다는 사람 거짓 반응, 피고인 진실 반응이었다. 결국 대법원까지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되었고, 그 피고인은 그 후 2번이나 더 구청장에 당선되어 소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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