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교류 확대 전망 … 통일 법제 마련 필요성 등 제기돼
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회 구성통일과 법률 아카데미 개최 등 꾸준히 초석 다져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됨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남북통일 과정에서 법조인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공동 발표했다.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 교류 등을 즉시 이행하기 위해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을 헌법상 국가로 인정하기 않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 효력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은 남북합의를 조약이나 이에 준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선언으로 간주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황이다. 또한 종전 선언을 하려면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 중국과 협의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통일 법제 마련 등 법적제도적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법원과 검찰청, 법무부, 변호사 등 120여명이 모여 사법통합과 법령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변협은 이를 대비해 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소위원회, 통일문제연구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북한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쳐 왔다.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 법률가로서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04년부터 통일법 조찬포럼을, 2006년부터 통일정책세미나를 각 68회, 42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북한인권백서 국영문판을 격년으로 발간해 국내외에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도 해왔다.

변협은 2014년 1월부터 꾸준히 법무부와 공동으로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개최해오기도 했다. 남북교류협력 단계에서 제기되는 법제도적 문제와 통일 등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법조인 양성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에서는 통일과 법조인의 역할, 독일 통일 사례에 비추어 본 통일한국의 법적 과제, 통일합의서와 통일헌법의 제정 방안 등에 대해 강의해 왔다. 현재까지 아카데미 수료생은 313명에 달한다.

김태훈 변협 통일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연수원 5기)은 “이번 판문점 선언은 북한 최고지도자와 직접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남북한 제법령과 경제제도 통합,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청산, 북한 부동산 소유권 정리 등 통일을 대비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통일문제연구위원회는 통일국가 골격에 관한 통일헌법 제정, 통일 과도기간 북한주민 대량 남하 시 대응방안, 남북한 사법제도 통합, 북한 부동산 제도 정비 문제, 전환기 정의 등 문제를 연구하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 중이다.

통일 법제 마련 이전에도 남북 교류협력 증대에 따라 북한과 관련된 새로운 법적 영역이 생겨날 전망이다. 종로에서 근무하는 한 중견변호사는 “남북이 화해 모드로 들어감에 따라 향후 변호사 업무와 역할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면서 “송무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4년차 변호사는 “주변에 북한대학원대학교에 다니면서 전문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다양한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변호사도 꽤 된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북한주민 관련 법률 문제다. 통일이 가까워질수록 실향민이나 탈북민과 관련된 가족관계, 재산관계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회 소속 B 변호사는 “남북 교류가 확대되고 종전이 다가올수록 북한 관련 소송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에 따라 현재보다도 법률조력을 필요로 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협은 그간 노력을 바탕으로 통일을 위한 사전 준비를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북한 법령 연구에 이어 통일헌법안 및 통일기본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판문점 선언은 아직까지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면서 “합리적이고 법률적으로 효력있는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가 준비과정에서부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통일 이후 통합은 결국 법률로 마무리 된다”면서 “통일 법제 마련은 우리 법조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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