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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아직 꽃잎은 다 떨어지지 않았으니…
안관주 변호사  |  agj-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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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호] 승인 2018.04.30  1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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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하얀 자태에 눈이 부시다. 오래된 벚꽃 나무는 꽃을 피워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지들이 휘청거린다. 나무줄기 움푹 팬 곳에 외로이 자리 잡은 벚꽃 한 움큼이 봄바람에 가볍게 떨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 꽃으로 시작하는 4월은 움츠려 있던 우리들에게 새로운 소식과 즐거움을 송달하고 있다.

4월은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달이다. 올해는 아시안 게임 때문에 3월 마지막 주에 프로야구가 개막하였지만, 프로야구의 시작은 4월이다. 변호사가 하는 일이 사무실의 좁은 공간에서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서면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보니 혼자 생활하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일과 후에 시작하는 프로야구 중계에 자연스레 눈이 간다. 나는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한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기아타이거즈의 팀 케미스트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오늘 경기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이다. 9회 초 까지 이기고 있다가 갑자기 9회 말에 역전을 당하여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팀이 기아 타이거즈이다.

4월은 운동하기 좋은 달이다. 누구는 산행을 즐기고 골퍼들은 예약된 날짜의 일기예보를 검색하면서 골프장으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4월의 골프장은 온통 꽃밭이어서 꽃구경이라는 호사까지 누리게 된다. 그러나 막상 첫홀 티샷을 시작하고 나면, 꽃과 나무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하얀 오비 말뚝만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골프 지진아로 불리지만, 스코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4월 골프장에서는 아무 실익 없이 공만 쫓아다니기 보다는 꽃구경을 실컷 하련다.

4월 꽃의 수명은 짧다. 시인 두보는 “꽃잎 한장 날려서 봄날은 가고, 흩날리는 꽃 보라에 시름만 깊어간다”고 했다. 조지 오웰은 ‘1984’ 첫 문장에서 “4월은 맑고 쓸쓸한 날이다”라고 했다. 가지에서 떨어져 흩날리는 꽃잎 하나하나에 마음이 애잔해진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 하나하나는 사람들의 사연과 같다. 사연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변호사들은 법정, 사무실, 사건 현장에서 각자의 인생이야기를 쓰면서 살아간다. 내 인생살이도 버거운데,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 오늘도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준비서면에서 써 내려가고 있다.

살면서 우리가 더 묵직하게 기억하는 것은 슬프고 괴롭고 고통스런 일들이다. 꽃이 떨어진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의 삶도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쓸쓸하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고, 장갑을 벗을 때까지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서 짧은 4월의 꽃이 더욱 아름답고, 야구장, 골프장에서의 작은 여유가 더욱 소중한 것이다.

아직 꽃잎은 다 떨어지지 않았다. 꽃그늘에 앉아 시 한편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지는 4월을 보냈으면 한다.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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