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필 의뢰를 받고 필자가 그분께 드린 질문은 “저는 지금 변호사가 아니라 경찰인데 그래도 가능할까요?”였다. 그렇다. 필자는 현재 서울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이다. 2015년 변호사특채 2기로 선발되어 경감으로 임용되었다. 과거에는 ‘고시특채’로 선발되어 경정(일선 경찰서 과장 직책)으로 임용되었으나, 2014년부터는 변호사특채 경감(일선 경찰서 팀장 직책) 직급으로 매년 20명씩 선발하고 있다.

처음 경찰에 들어오면 24주간 경찰교육원과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전국에 있는 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또는 수사과로 배치되어 사기나 횡령, 배임, 문서위조, 무고, 위증 등 주로 고소, 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업무를 한다. 즉 ‘변호사’ 업무가 아니라 수사를 하는 ‘경찰관’ 업무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경찰에 오기 전에 금융권 사내변호사를 하다가 와서 그나마 좀 괜찮았지만, 일선에서 송무를 하다가 온 동기들은 피의자를 변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다가, 반대편에서 ‘창’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한동안 낯설었다고 한다.

매일매일 고소인 또는 고발인을 조사하고, 피의자를 신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질문과 그들의 답변 하나하나가 모여 기록이 되고, 이 기록이 전부 검찰에 송치되고 그 중 기소되는 경우에는 법원으로까지 보내어져 형사재판의 증거자료가 된다고 생각하면 쉽게 물어볼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체적 진실’을 찾는 노력은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거악(巨惡)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피의자를 찾아내는 일이기에 또 다른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럼 변호사특채 경찰들은 수사만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2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경찰서에서 팀장 보직을 받아 계속 수사업무를 할 수도 있지만, 경찰청이나 전국의 각 지방경찰청으로 발령받아 기획이나 국가배상 송무 업무, 수사 업무도 할 수 있다. 현재 경찰청 수사국 내의 기획부서와 서울지방경찰청 경비3계 같은 곳은 수사부서가 아니지만 선배와 동기들이 포진해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발령받아 소위 말하는 인지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작년에 경찰청 ‘19대 대선 선거상황실’과 경·검간 수사권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구조개혁단에 파견되어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필자가 작성한 보고서가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에 수사국장, 경찰청 차장, 경찰청장에게 보고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내용과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 법률적인 쟁점이 생기면 지체 없이 검토를 해야 했던 기억, 경찰청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외국 경찰관과 검사들을 만나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과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필자가 경찰이 되고 초창기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경찰에 왜 갔(왔)어?“였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국민들에게 현장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지금 그 질문을 또 듣는다면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다양한 일을 하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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