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간에 분쟁이 생겨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하는 경우 소송 도중에 당사자들이 종국적인 판결보다 자발적인 합의에 기하여 분쟁을 종결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경험적인 현실이다. 이는 통계로도 뒷받침되는 사실인데 2016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6년 약 107만건의 민사 본안 사건이 접수되었지만 그해 합의로 종결된 사건 수는 약 4만건으로 합의비율은 한 자리 수에 머무르고 있다. 비록 법원이 조정이나 화해절차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노력만큼 성과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하여 한국인 특유의 ‘끝을 보자’는 심성 때문이라든가 혹은 패소 시 부담하여야 하는 소송비용이 실제 지출된 비용에 비하여 너무 낮다는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적극적으로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할 만한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영미법계 국가에서 소송을 진행하여 보면 소송 도중에 ‘합의 제안(Offer to Settle, 영국에서는 ‘Part 36 Offer’라고 통칭된다)’이라는 이슈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원칙적으로 소송 중에 한쪽 당사자가 다른 쪽 당사자에게 하는 합의제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민사소송규칙에 그 절차와 효과가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간략히 그 내용을 보면 소송의 양 당사자는 어느 쪽이든 소송 도중에 일정한 기한을 정하여 상대방 당사자에게 서신으로 합의제안을 할 수 있으며, 상대방 당사자는 이를 받아들이든지 거절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은 비록 법원에 등록(Filing)되지만 판결 선고 전까지 담당 재판부에 고지되지 않으므로 본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본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Without Prejudice) 조건이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면 분쟁은 종료될 것이며, 만일 이를 거절하는 경우 판결 여하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진다. 예컨대 만일 원고가 합의 제안(Offer to Settle)을 하고 피고가 이를 거절하였는데 판결결과가 이보다 피고에게 불리하게 나온 경우 피고는 일정 기간(Relevant Period) 이후 원고의 모든 소송비용과 평상시보다 더 높은 이자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반대로 판결결과가 합의 제안(Offer to Settle)보다 피고에게 유리하다면 원고가 제안 이후 피고가 지출한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여야 한다. 영미법계의 소송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 제안(Offer to Settle)을 할 것인지 여부, 그 금액 수준, 수락 여부 등은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또한 이 때문에 상대방 당사자는 함부로 합리적인 화해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가지게 되므로 당사자간 자발적인 합의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필자가 영미법계 국가에서의 소송에 많이 관여하지만 판결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합의 제안(Offer to Settle)이라는 법적인 제도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송상 분쟁을 합의로 종결하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의 중단, 당사자간 나쁜 감정 완화, 법원의 업무 부담 경감 등 많은 장점이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당사자간의 자발적인 합의를 적극 유도하기 위하여 민사소송절차에 합의 제안(Offer to Settle)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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