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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공부하는 판사들
김리안 문화일보 기자  |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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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호] 승인 2018.04.23  10: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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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의 입을 빌려 세상만사를 해석하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다. 기자에게 출입처의 전문가가 필수 취재원인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법조 기자는 전문가인 판사·검사·변호사들의 설명 한 마디가 소중하다.

지난달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구속영장심사에 불출석하겠단 의사를 밝히자 검찰이 ‘이례적으로’ 법원에 구인장을 반환한 것을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법원에서 발부한 구인장을 검찰이 제대로 집행 시도조차 않은 채 반납했다. 일반인들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똑같이 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 판사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구인장의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명령장이 아닌 ‘허가장’ 정도로 받아들이면서 마음대로 반납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불거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최근 법관 학술모임인 독일법연구회가 집필, 사법발전재단에서 출판한 책 ‘독일 형사소송법’을 꺼내들었다.

“여기 보시면 독일에서는 ‘심리구속은 법관의 구속명령으로써 명한다’고 규정해놨어요. 법원의 ‘명령’이라고 못 박아놓은 거죠. 우리나라도 이렇게 정해놨다면 검찰이 구인장을 반납하겠단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취재를 하다 보면 ‘우리나라만 이런 걸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하는 의문이 자주 들곤 한다. 해외사례와의 비교는 대중도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책 ‘독일 형사소송법’은 이렇게 평소 가려웠던 점을 긁어주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다른 일례로, 우리나라는 법관 기피제 활용률이 1%도 되지 않는다. 판사들은 우리나라 소송법상 기피 사유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로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판사는 “독일은 ‘불공정성의 우려’가 있는 경우를 기피 사유로 규정했다. 독일에서는 ‘법관도 지인 등 평소 인간관계로 인해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는 의미로 기피제를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판사의 판결, 즉 재판결과가 불공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아 놓은 바람에 법관들이 법관 기피제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은 섬세한 문구 차이만으로도 제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이쯤 되니 소송절차 전문가인 판사들이 법률 제·개정에 지금보다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다면 아예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하는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공부하는 판사들의 ‘결실’이 ‘쓰임새’를 찾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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