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저의 소소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법조인의 길로 접어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07년 태안반도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릿(Hebei Spirit)호의 원유유출 사고였습니다. 저는 당시 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무료법률봉사에 참가하였는데, 그때 제가 담당했던 일은 피해 어민들을 찾아가 피해신고 방법이나 향후 배상절차 등을 안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피해 어민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것은, 그 분들이 간단한 행정서식을 작성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심지어 한글을 쓰거나 읽는 것에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경험을 통해 비로소 법률소외계층의 정도나 규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법조인으로서의 진로와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 등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비교적 최근에 겪은 일입니다. 저는 보통 피고인이 자백하는 사건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정상서류를 많이 구비해서 제출할 것을 독려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 수행했던 한 사건의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다고 하면서도 변론종결일까지 반성문 한장도 써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론종결일에 그 피고인에게 재판에 임하는 태도 등을 말하며 타박을 주었었습니다. 피고인은 제 말에 느낀 바가 있었는지 그 다음날 깔끔하게 타이핑된 3장짜리 반성문을 제게 가지고 왔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피고인은 글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문맹이었고, 대필 사무실에서 10만원이나 주고 만든 반성문을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불현듯 10년 전 제가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던 경험이 떠오름과 동시에, 제가 국선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얼마나 기계적으로 대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맹률은 1.7% 정도이고 이는 전체 성인인구 중 약 62만명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법률소외계층은 분명 저 숫자에 더해 훨씬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할 것인바, 법조인으로서 저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를 항상 직시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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