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 이세돌 프로 바둑 기사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항간의 화제였고 그해 상당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면접 문제로 출제했다. 인공지능 발전은 사물인터넷, 자동주행 자동차 등 인간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발전으로 향후 인간의 많은 직업군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언급됐다. 각종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근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 중에 법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한 로펌에서 2016년 첫 AI 변호사를 채용한 데 이어 올해 국내 한 대형 로펌에서도 인공지능 변호사를 국내 최초로 채용했다. 이 인공지능 변호사는 그동안 변호사들이 수일에 걸쳐 하던 사전 법률 검토 작업을 수십초 만에 해내고, 경험이 많은 변호사가 놓칠 수 있는 특별법과 판례를 찾아 중요도 순으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AI 기반 법률서비스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됨에 따라 적지 않은 수의 변호사가 일자리를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대륙법계 체계여서 법률 사이의 연결을 파악하기 힘든 점, 하급심 판례의 접근이 어렵다는 측면 때문에 국내의 AI 변호사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리걸테크(Regal-Tech)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어 AI 기반 법률 서비스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법조인들이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AI 법조인은 과연 ‘인간’ 법조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많은 법령과 판례, 사실관계 등을 입력한다 하더라도 ‘인간’ 법조인만이 가지는 정서적 감성능력, 인간의 정의감,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의지, 인간에 대한 이해 등은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할 것이다. 몇년 전 ‘호통 판사’로 유명해진 천종호 판사의 재판이 좋은 예가 된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재판 전담판사로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정에서 피해 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하는 판결을 하여,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죄를 뉘우치게 한 후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가는 데 중점을 둔다. 이와 같은 판결을 AI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또한 의뢰인에 대한 이해, 설득, 협상 능력도 AI 변호사가 가질 수 없는 인간의 고유 능력이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으로 사회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듯이 AI 기반 법률서비스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발전된 AI도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그러므로 AI 변호사의 빠르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을 한층 더 발휘하는 것이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법조인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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