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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장의 편지]국민과 함께하는 법령정비
김외숙 법제처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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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승인 2018.04.16  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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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장으로서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법제처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앞서 기고문에 소개한 바도 있는 법령심사, 법령해석을 말한 후 법령정비 업무를 꼭 빼놓지 않는다. 법령정비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 불합리한 법령을 찾아 고치는 작업으로, 법제처 역사와 함께해 온 업무이며, 법제처가 국민과 같이 호흡하며 해나가고 있는 업무이다.

법령정비가 걸어 온 역사를 보면, 법령정비가 법제처의 족보 있는 업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1948년 정부 수립 시 헌법을 제정하면서도 미처 법령은 식민지 시대 것들을 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다가, 법제처 주도로 새 법령을 단계적으로 마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 문민정부 시대에는 세계무역기구 출범으로 심화된 국제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법령을 대거 고쳤다. 국민의 정부 때에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철폐와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폭의 법령정비가 이루어졌다. 참여정부에서는 법령정비에 국민참여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와 지난 정부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을 일제히 점검하여 고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 법제처는 ‘국민 참여, 국민 체감’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각오로 법령정비에 매진하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표출된 국민의 참여의지를 받들어 국민이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불합리함, 작은 불공정함이라도 이를 세심하고 민감하게 듣고 법제도에 반영해 국민이 생활에서 변화를 체감케 하는 것을 법령정비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독학사나 학점은행을 통해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취업과정에서 받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90건의 법령을 개정했다. 또 파산자 등 실패를 겪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재기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결격사유를 제거하기 위해 71건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본격적으로 차별을 야기하는 법령들을 찾아 고치기 위해 복지, 여성, 노동 등의 분야를 선정해 법령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실시한 법제처 내부 공모제를 통해 발굴된 과제 중 몇을 소개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4인 이하 사업장에는 매우 제한적인 내용만 적용된다. 법제처는 ‘근로기준법’ 전반을 살펴 모성보호나 인권에 관련되어 4인 이하의 사업장에도 같이 적용해야 할 만한 내용들을 뽑아냈고, 여기에 고용노동부도 동의해 앞으로 고쳐질 예정이다. 또한, 현재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지원을 결정할 때에 해당 직장에 파견 중인 파견근로자의 자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문제도 해결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부 작업과 다른 한편으로, 올해는 바깥으로 귀를 크게 열고 듣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심사하는 ‘국민참여심사’를 실시했다. 주된 쟁점은 소규모 주류제조업자에 대해 기존의 ‘설비기준 규제’ 외에 추가로 ‘출고량에 관한 규제’가 필요한지였는데, 국민과 함께 공장의 운영방식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출고량 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이 밖에도 법제처는 오는 6월 말까지 법령정비과제 국민아이디어 공모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법령이 있다면, 국민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해 줄 좋은 의견이 있다면 자유롭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생생한 국민의 목소리가 법령정비에 담길 수 있도록 많은 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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