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공무원 신분으로 국회에 불려갔다가 된서리를 맞고 돌아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방대한 자료요청과 촉박한 기간, 그리고 쉴 새 없는 독촉전화에 이골이 났지만, 정작 3년 가까이 국회에서 근무하며 겪은 실상은 너무도 달랐다.

3월 기준 정부 및 산하기관의 국회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만 636개에 이르고 상시 출입기자는 484명, 상주하는 매체만 70개에 달한다. 또 작년 한해 동안만 61만7000명이 의원회관을 방문했고 국정감사가 한창인 9월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00명에 달했다.

반면 보좌진 중 지역과 수행,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과 2~3명의 인원이 정책업무를 총괄한다. 자연스레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일상화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회의체인 국회의 대표적인 특성인 ‘예측불가능성’도 한몫을 한다. 한밤중에도 여야 간 합의로 긴급회의가 개최된다는 통보를 받고 복귀하는 것이 일상이다.

결국 소수의 인원이 새로운 현안에 대해 빠른 시간 내에 자료를 습득하고 검토해 질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 안에 면담과 자료요청을 통해 부처를 옥죌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가끔 언론을 통해 국회 보좌진에 대한 비판과 냉소적인 시선들을 접할 때면 조금은 서운한 감정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국회 보좌진은 늘 인기가 많다. 이는 국회라는 상징성 이외에도, 현안에 대한 시의성, 정책을 결정하는 부처와 전문가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접근성, 안정적인 보수 등 다양한 장점들에 기인한다.

또한 최근에는 많은 변호사들이 국회로 진출하는 고무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필자는 그 접점이 바로 ‘사람’에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라는 직역은 필연적으로 사건 수임을 위해서, 그리고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사람들과의 교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좌진도 민원을 위해 각종 단체와 기관, 지자체 및 지역민들과 교류해야 할 뿐 아니라 부처 공무원, 각종 위원회 소속 직원들과 수시로 만나고 업무를 공유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얼마나 알고 설득하고 이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회의원이 선거를 위한 표를 얻고 소속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실현하고 또 지역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지역주민은 민원을 해결하고 정부부처는 각종 정책과 입법, 정부예산에 탄력을 얻기 위해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는 큰 연결고리가 있다.

이를 두고 ‘형식적 관계’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교집합을 찾는 과정에서 업무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면서도 발전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있다. 예컨대 업무적인 역량을 인정받아 해당분야의 전문변호사로 진출하거나, 외연 확장을 통해 시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렇다.

최근 변호사들에 대한 처우가 낮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들이 많지만 국회는 아직 변호사 직역에 대한 기대와 존중이 남아있고 이를 발판삼아 경력을 쌓고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또한 법률전문가라는 점은 보좌진으로서의 모든 업무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보여지는 국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많은 변호사들이 관심을 갖고 국회의 문을 두드릴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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