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확인을 하는 것이 날씨 말고도 하나가 더 늘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 농도인데요. 미세먼지니 초미세먼지니 예전에는 몰라서 신경을 못 썼던 건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아서 알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숨을 쉰다’는 삶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행위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항상 하교 후 친구들이랑 동네에서, 놀이터에서 뛰노는 게 인생의 낙이었던 것 같은데 조카들을 데리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두터운 미세먼지용 마스크로 얼굴을 거의 다 덮어버려 그 안에서 숨을 쉬는 것도 답답한데 굳이 미세먼지 속에 아이들을 내놓는 것이 찝찝해 결국 키즈카페로 향하게 됩니다. 우중충한 미세먼지에 덮인 하늘이 며칠 째 계속 되니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도 잿빛에 둘러 싸여 있는지라 흥이 오르다가도 떨어집니다. 특히나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미세먼지와 안개로 자욱한 출근길을 보고 있노라면 일뿐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조차 사라져 버릴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심하면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더 그런 기분이 듭니다.

그러다 며칠 전 열흘이 넘게 이어지던 잿빛 하늘을 날려버리고 하늘이 파아란 빛으로 보이는 하루가 드디어, 기다림 끝에 찾아왔습니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다 느끼기도 전에 다시 미세먼지로 뒤덮여 버렸지만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인지, 밝힐 수가 없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파란 하늘을 계속 보기 위해, 더 이상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은 피해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봤자 매일매일 먹는 커피 한잔,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이용하고, 서면 체크를 위해 인쇄할 때 제출할 것이 아니면 이면지 한번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저절로 닫힐 때까지 기다리는 사소한 일들입니다. 그래도 내가, 내 주변 사람의 사소한 행동들이 하나 둘 쌓이면 다시금 파란 하늘에서 벚꽃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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