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 속에서 IT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입법, 정책, 적용을 할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서로 하나로 연결되기 전에 구축된 법률제도와 달리,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에서는 전체적인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예컨대, PC통신은 네트워크 사회의 문을 여는 첫 단추였지만 고정된 전용망과 모뎀을 통해 연결되는 폐쇄적 형태였다. PC통신 기술에 관한 지적재산권 보호가 네트워크 이용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PC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 기술이 도입되면서 네트워크는 크게 확장성을 가지게 되었고, PC뿐 아니라 모바일과 스마트기기, 나아가 가전기기까지 서로 연결되면서 네트워크 통신은 전기나 수도와 같은 필수설비처럼 되면서 초연결사회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연결에 연결을 잇고 있는 중요한 기술에 대해 누군가 지식재산권 보호를 이유를 들어 배타적으로 장기간 독점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지식재산권의 배타적 효력 자체를 부인할 수 있을까?

또 사람의 ‘기획’ 아래 네트워크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수집, 보관, 편집하여 구축된 ‘빅데이터’와 이를 빠른 시간에 다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만든 발명, 저작물, 데이터베이스 등과 같은 지식재산에 대하여도 전통적인 지식재산과 저작물에 대한 보호 기준과 방식(특히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그대로 고수할 수 있을까?

이러한 논의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 지식재산의 보호를 포기하거나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융통성 있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기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의 방식대로 형사처벌과 사용금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정이용과 보상의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오히려 기존 방식의 고수가 대규모 특허 무효 사태 같이 지식재산 보호와 모순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개인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올라가면서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및 보안 침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상응하여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등이 강화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이 어려워져 4차 산업혁명의 혁신과 상충될 수 있다는 논란은 그것의 진위와 별개로 앞으로 다가올 복잡한 이슈의 첫 단서일지 모른다.

IT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개인과 사회, 정부의 네트워크가 하루가 다르게 확장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훌륭한 IT법 변호사라면 입법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존 법률의 형식적인 문언에만 종속되지 않고, 구체적 사안에서 그 시점의 기술적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지한 법률적, 정책적, 사회적, 인문적 고민도 함께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IT법 전문 변호사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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