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기본권(헌법상 권리)과 국민주권주의의 강화 등 입헌주의를 강화하는 많은 긍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부분에서는 개헌안으로서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개헌안은 재판관 9명을 국회가 3인을 선출하며, 대법관회의에서 3인을 선출하고, 나머지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다(개헌안 제111조 제2항, 제3항). 이는 현행 헌법이 3인의 재판관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한 것(제111조 3항)을 “대법관회의에서 3인을 선출”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 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 그런데 종전에 대법원장이 3인 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가져왔다.

첫째, 헌법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을 해친다. 헌법재판은 대의기관의 입법을 무효화시키는 권한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에 걸맞은 민주적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대법원장이 재판관 3인을 직접 지명하는 것은 헌법재판에 요청되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져오지 못한다. 둘째, 헌법재판의 많은 사건은 법원의 재판과 직, 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다.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이 합헌으로 본 많은 법률조항을 폐지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이므로 법원의 판례와 연관되어 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한정위헌 판단의 대상이 된다. 한정위헌과 같은 특수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은 현재까지도 대법원에 의하여 부인되고 있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선임에 직접 관여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볼 것이다. 예전에 재판소원에서 재판관들 6:3으로 한정위헌 결정이 났을 때, 대법원장이 지명하였던 재판관 3인이 똑같이 반대의견을 냈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셋째, 대법원장은 사실상 대법관으로 승진(?)하지 못한 법원장급을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떨어뜨려 왔다. 그러므로 헌법의 전부개정을 하는 마당에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종전의 재판관 임명의 문제점을 개선하여야 하는데, 대통령 개헌안이 ‘대법원장’을 ‘대법관회의’만으로 바꾸어 종전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 즉, 대법원장이 재판관 임명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지닌 위와 같은 문제점이 해소되지 못한다.

아울러 대통령이 여전히 3인의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도,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의 재판관 임명 권한을 고려할 때, 대통령과 여당의 재판관 임명이 최대 5인 이상이 될 수 있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통령 자신이 탄핵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부적절하다. 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국회의 의결정족수도 가중하는 방안이 헌법재판소의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재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며, 대한변협은 그러한 개헌안을 마련하여 공표하고 있다.

다음으로 대통령 개헌안은 재판관의 임기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6년으로, 연임할 수 있게’ 한다(현행 헌법 제112조 제1항과 동일). 그런데 막강한 국사재판 권한을 지닌 헌법재판관들이 ‘연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이동흡 전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과거의 친정부적인 결정서 의견 문제를 상기하기 바란다. 재판소장의 호선제는 바람직하고 그와 같은 문제점이 예방될 것이라고 보나, 재판관의 연임제도는 적어도 헌법재판소에 관한 한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역사에서 실제로 연임이 된 재판관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연임되어 12년간 근무했던 김문희 전 재판관의 경우,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고교 동문이었다는 점에서 재판관 연임 제도의 형평성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직은 오직 헌법과 국민만을 바라보는 자리여야 하고, 행여나 연임 제도로써 오해살 수 있는 재판을 하는 것도 미연에 방지되어야 한다. 독일과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헌법재판관은 단임으로 운영된다. 또 헌법재판은 그 전문성과 헌법 이념의 고도의 가치성과, 논증의 설득력 요청으로 인하여, 헌법재판관은 대법관보다 더 긴 임기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변협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를 ‘9년 단임’으로 하는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통령이 3인의 재판관 임명권을 여전히 지니면서, 연임 제도까지 존속시킨 것은, 재판관의 법조인 자격 폐지와 아울러,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독단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더 강하게 지니고자 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한 개헌안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여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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