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실세+염문설의 주인공 정모씨에 대한 의혹 감추기’라는 내용이 기재된 전단지를 살포한 한 시민은 박근혜, 정윤회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대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면서, 이미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바 있는 문제의 표현을 한 것이다. 그러한 의혹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거나 의혹의 존재 그 자체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도대체 그날 박근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전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결과 밝혀진 사실은 우리에게 또 한번 충격과 분노와 참담함을 안겨주었다. 사고 당일 출근 하지 않고 관저에서 늦잠을 자느라 골든 타임을 지난 뒤에야 첫 보고를 받았고 오후 두 시가 넘어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과의 대책회의를 한 이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로 결정하고, 그조차 올림머리를 하느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대책본부를 들렀고, 구조실패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보고 및 지시 시각과 회수를 조작하고 국가위기관리지침을 불법적으로 변경했다는 것 아닌가.

이후 박근혜와 그 하수인들은 탄핵심판, 청문회,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모두 입을 맞추어 국민들을 기만했음은 모두가 아는 바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아버지의 후광과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막대한 돈으로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왜 굳이 정치를 하고, 대통령이 되려 했을까. 그렇게 돈이 많은 이명박이 왜 그렇게 걸신들린 듯 돈에 미쳐 대통령이 되어서도 오로지 돈만 밝혔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우리 현대사 최대의 미스테리이자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를 살인죄로 기소한다면 세월호 선장에게 적용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을 것인가. 위 사실이 모두 밝혀졌다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는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야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대통령에게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지적한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에게 다시금 경의를 표하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결과 자신들의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박근혜가 불쌍하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논평을 낸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큰 소리를 치며 버티고 있다. 그들은 계속해서 어깃장을 놓으며 진상규명을 방해할 것이다. 1기 특조위 때 조사를 방해한 황전원을 사회적 참사 특조위 위원으로 추천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과 참사를 불러온 구조적 원인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치유와 회복, 참사에 대한 추모와 기억, 이윤과 효율성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 건설 등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쓴 모든 분들께 위로와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다시금 되뇌어 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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