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불행한 역사 반복 안 돼 … 법치주의 정착, 권력 감시에 최선 다할 것”
서울중앙지법 16개 혐의에 유죄 선고 “국민 위해서 대통령 권한 행사했어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도 이에 대해 참담함과 향후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은 당일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직후 “전직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은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이번 선고를 통해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과 이후 대통령들도 이번 선고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헌정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받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법치주의를 정착시키고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여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제3자 뇌물수수, 강요미수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8개 혐의 중 15개 범죄사실을 공모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아 1심 선고 전부터 중형이 점쳐졌다. 특히 ‘비선실세’ 최서원씨는 11개 혐의에 대한 공모관계가 인정돼 징역 2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원 판단에 이변은 없었다.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시에는 3년간 노역장에 유치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위해 행사했어야 했으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면서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반복하며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책했다.

이어 “앞으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실제로 받은 돈이 없으며 전과가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는 총 16개다. 이 중 6개 혐의에는 일부 무죄가 인정됐다. 현대차와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계약을 요구한 혐의는 강요죄만 인정받았다. 직권남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행사하는 외관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이 사기업에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사적인 청탁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개인 채용, 보직변경 요구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유무형상 불이익이 예상돼 기업 경영인이 자유로운 결정을 하지 못 하게 한다는 이유에서 강요죄는 성립됐다.

또 재판부는 말 수송차량 4대의 소유권이 최서원씨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므로, 차량 구입비는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차량을 무단으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서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서원씨에게 문건을 전하라는 묵시적 지시에 따랐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소를 제기한 47건 중 33건은 적법한 압수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2개 혐의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삼성에서 영재센터 후원금과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금액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하는데 승계작업 등 현안이 존재하지 않아 청탁이 없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는 생중계로 진행된 첫 사례다. 지난해 7월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재판장 결정에 따라 주요 사건 1, 2심 판결 선고를 중계방송 할 수 있게 됐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며 피고인이 향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할 경우,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소해야 한다. 항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제출되면 서울 고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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