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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통신]보호무역주의 시대의 WTO
권혁우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  hwkwon02@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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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호] 승인 2018.04.02  09: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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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더 바쁘게 만드네요(President Trump makes us busier).” 최근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담당 업무를 하는 각국 대표부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2년마다 한번씩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2017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개최) 직후 2~3개월은 제네바 각 대표부 통상담당들에게는 그간의 준비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바쁜 기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소위 숙려기간(reflection period)이라 부른다. 그러나 금년은 좀 다른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철강, 알루미늄 품목에 대한 관세율 25% 부과조치, 통상법 301조에 의거한 대중(對中) 경제보복조치 등 다양한 수입규제들을 발표하면서 향후 소위 통상전쟁(trade war)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WTO 각종 회의를 계기로 각국 통상관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대부분 미국 조치에 대한 상대국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 열심이다. 다양한 나라간의 비공식 오찬미팅도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가끔은 옆 테이블에서도 동일한 주제(미국의 조치)로 긴밀히 얘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속담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현안 및 이슈별 자국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적과의 동침’이 수시로 이뤄지고 그 구성도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각국 대사들이 참석하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율 인상조치 관련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다수의 국가가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때 제일 먼저 발언권을 신청한 A국가에 이어 B국가가 바로 A국가의 발언에 강하게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는데 특이한 사실은 이 두 국가는 이제껏 대부분 이슈에 있어 상이한 입장을 취해온 국가였다는 점이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친구이자 적(frienemy)’의 관계가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이 재현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당초에는 B국가가 선도발언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회의 개최 30분 전에 자국 본부의 수정된 지침으로 A국가가 선도발언을 하고 자국은 바로 뒤이어 할 것이라고 한 점은 더더욱 흥미로운 대목이다. 국제회의 발언 ‘순서’에 있어서조차도 강대국에 대해서는 양자관계 등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도 경제개발 수준 차이가 각기 다른 164개 회원국 대표들이 WTO 회의에서 자국을 대표하며 논의분야별 필요에 따른 이합집산을 시시각각 이루고 있다. 최근 일부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조치들이 크게 부각되면서 일각에서는 WTO 등 다자통상체제가 더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다자통상체제가 더 중심을 잡고 본연의 역할을 해야만 하고, 그리 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지혜를 모야야 할 때가 아닌가 재삼 곱씹어본다.


권혁우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2018~2019 WTO 세이프가드위원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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