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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그들의 함성
김규석 변호사  |  corne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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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호] 승인 2018.04.02  09: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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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는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있었다. 우리는 두번에 걸쳐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하고 박수의 응원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경기가 끝난 뒤의 공허함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특히 패럴림픽에 나왔던 사람들(이하 ‘그들’로 약칭)은 스스로 얼마나 허망할까. 2000년도 훨씬 전에 장자(壯者)는 신체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을 등장시켜 대화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인간세편에서 지리소라는 사람을, 덕충부편에서 왕태, 신도가, 숙산무지, 애태타, 인기지리무신과 옹앙대영을 등장시켜 인간의 덕성이 완전하다는 표지로 몸가짐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설파했다. 맹자(孟子) 역시 공손추편에서 사단(四端)을 내세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없거나, 사양하는 마음이 없거나,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하였다.

울퉁불퉁한 길과 턱 있는 건물은 얼음과 눈 위에서 자유롭던 그들에게 거대한 장벽이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보조구를 가지고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기차)을 타려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나 복지규모에 비하여 그들은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또 교육의 자유를 누리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의 강서구에서 그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는 상상 그 이상으로 심한 상황을 TV뉴스를 통하여 보았다. 그들의 부모가 죄인인 마냥 무릎을 꿇어야 하고, 험한 욕설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우리의 미성숙을 보여준다. 정작 그들이 길을 찾거나 물건을 구매할 때 눈높이를 맞추어주는 경우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가 필요할 그 때뿐이다.

가끔 그들의 대표라면서 (국회, 지방의회)의원이 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법이나 조례는 그들의 불편을 실감할 만큼 덜어주지는 못했다. 법률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또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우리는 사실상 잊고 지낸다. 처음 한두번, 뉴스에 나오다가 사건이 끝나면 망각되는 것처럼 그들의 대표도 우리의 인식에서 사려져버린다. 공공기관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도 한다. 길거리의 현수막은 차별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실상 그들이 일을 하는 곳은 대개 사무보조 같은 작은 자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에 대한 중요한 사항은 알지 못하고 말할 기회가 없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취업에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상과 미래를 결정할 자리에 그들이 임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서의 책상은 자긍심이 부족하고 의자는 빈번히 바뀌어 온기가 없다. 그들은 다급하지만, 수첩은 업무를 파악하는 깨알일 뿐이고, 서류는 활자로만 떠 있다 연결이 되지 않으니 책임자가 바뀌면 또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그들의 생활이 한뼘 바뀌는 동안 선거는 여러번 지나간다. 이는 그들의 절박함을 절차가 알 리 없기 때문이다.

4월에 흐드러지게 꽃이 피고 자리다툼을 위한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복지와 교육은 마이크에서 달콤한 언어로 포장되어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그 허언들은 도로에 흩어지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당선인들은 건물 안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우리가 몇 번인가 했던 다짐들이 사라졌듯이, 정치인들이 쉰 목소리로 외치던 문장들 역시 여름 뙤약볕에 금방 말라버릴 것이다. 월요일 아침, 그들을 가르치는 2분 선생님의 하소연을 들었다. 몸이 불편한 친구 아들은 세상을 밉게 보기 시작했으니 안타깝다. 우리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혼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그들’인 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에 대하여서도 관심을 꼭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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